[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 ①] 美 '리더십' VS 中 '안전', 치열한 장외 손익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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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4-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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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미·중 손익계산 3자 전문가 특별 토론

  • 뚜렷한 이익 획득 목표로 회담 임할 듯…"미국은 정치적 기반 강화, 중국은 핵 리스크 제거"

  • '운전자' 한국은 발상 전환 통해 발전 기회 삼아야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남북정상회담, 미·중의 손익계산'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가운데)의 사회로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중국의 숨겨진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한반도 정세에 큰 변곡점이 될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0년여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체제 구축, 경제협력 등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물밑 대전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는 미·중 양국이 남북정상회담을 대하는 자세와 전략, 숨은 속내 등을 3자 전문가 토론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관점에서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사회는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맡고,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가 미국측,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중국측 입장을 분석하는 토론자로 나섰다.

◆美 트럼프·中 시진핑···'장사꾼'과 '정치꾼'의 싸움

곽 회장: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지만, 이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대화라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해 달라.

전 소장: 이번 대담은 한마디로 '장사꾼' 트럼프와 '정치꾼' 시진핑의 수싸움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대에 걸쳐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했던 인물이고, 시진핑 주석은 시중쉰에 이어 2대에 걸친 엘리트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44년간 기업을 운영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아주 강하고, 33년 가까이 관료 생활을 한 시진핑 주석은 관리력이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장사꾼과 정치꾼의 싸움이어서, 서로의 관심사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꾼은 패권에, 장사꾼은 금권에 관심이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이득을 어떻게 챙길 것이냐, 시진핑 주석은 정치적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이례적인 장사꾼이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은 자기 자신을 앞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해지기 전인 1980년대부터 본인을 홍보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2000년대 들어 'You're Fired!(당신 해고야)' 등 다소 과격한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본인이 결단력 있는 지도자임을 지속적으로 어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그가 정책적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개인적 문제도 많이 일으켰기 때문이다. 본인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도 이번 회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소장: 생각해보면 남북정상회담은 곧 군사회담이다. 시진핑 주석은 1979년 칭화대 졸업 후, 전 국방부 장관이던 겅뱌오의 비서를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뉴욕 육군 사관대학을 나와 훠턴 스쿨에서 군사학까지 전공한 바 있다. 두 인물 모두 군사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점도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美는 '리더십', 中은 '안전' 확보하려 할 것

곽 회장: 이번 회담의 큰 의제는 '비핵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

양 교수: 미국측 오피니언 리더들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비핵화와 종전협상으로 가는 과정 내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문제 해결이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강경함이 아이러니하게도 비핵화의 해결 열쇠가 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북한을 의심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방북 이후 우호적인 자세로 변했다.

비핵화 과정 초반단계에서 강경한 인물이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전 소장: 회담이라는 것은 원론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각론까지 이야기할 경우 이해 당사자인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까지 4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번 회담은 이들 간에 첫 단추를 끼는 단계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곽 회장: 이번 회담 이후,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도 아주 복잡해질 것이다. 각국의 정치적 실익을 어떻게 보시는지.

양 교수: 실익 언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두 가지 위기를 짚고 넘어가겠다. 먼저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인한 북한의 사정 위협권에 놓였다.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북한에 대해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변수다. '협상의 대가'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으로,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 소장: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리더십'이고, 중국은 '안전'이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못한 일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내는 모양새가 된다. 이번 회담이 미국의 리더십을 전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중국 입장에서는 주변국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100으로 잡는다면, 중국은 65%까지 도달한 상태다.

미국은 매년 2%, 중국은 6.9% 수준으로 고속 성장 중인데, 북한의 안전문제는 분명 중국 경제성장에 잠재적 방해요인이 된다. 비핵화를 이룬다면 중국이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과 관련, 미국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항상 30~40% 수준의 탄탄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말로는 경제적 논리를 앞세우지만, 실질적으로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시간'과 '돈' 문제가 한반도 운명 좌우···협력 시 10~20년 후 시너지 효과도 기대

곽 회장: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대두되고 있다. 향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지.

전 소장: '주검위리(鑄劍爲犁)'라는 말이 있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든다'는 뜻이다. 회담의 본래 목적대로 무기를 녹여 펜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한다. 반면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 보장(CVIG)'를 내세우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은 선 핵폐기, 북한은 후 핵폐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간 의견조율이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추진 일정도 결정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돈이다. 북한은 그간 핵과 경제를 모두 충실히 이행하는 '병진 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핵 문제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대신 그간 잃어버린 경제적 보상을 가져가려 할 것이다.

이게 협상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카드가 맞지 않을 경우, 녹이는 작업을 포기하고 다시 칼을 만들 수도 있다.

양 교수: 저 역시 돈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분위기를 봐서는 미국이 비핵화에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저항이 따를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경제협력에 따른 대부분의 부담을 지게 될까 우려스럽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게 협상을 진행할 경우, 분명 북한과 경협과 관련된 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금전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전 소장: 이번 회담의 운전자는 한국이다. 미국·중국은 손님인 자신들이 아닌, 우리가 기름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아이디어의 전환이 필요하다. 회담을 통해 경제개발 및 지원에 관한 문제를 잘 해결할 경우,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령 양국이 협의를 통해 국방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 적어도 20조~30조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예산만으로도 남북 경제발전에 큰 힘이 된다. 또 북한의 우수한 인력 및 광물자원 등이 우리 제조·과학기술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여러모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 교수: 회담이 잘 풀려 남북한 간 협업이 이뤄질 경우, 분명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다만 이는 10~20년 후에나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이 성공된다면 당장 재원조달 마련부터 고민해야 한다. 향후 10~20년간 난제도 많을 것이다. 이를 버텨내야 한다.

곽 회장: 쉽진 않겠지만 회담이 잘 성사돼 남북한 간 경제협력이 이뤄진다면,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휘될 수 있다.

특히 사실상 한 세대가 마무리되는 해운·조선·철강·건설 산업 등은 북한과의 개발 재개를 통해 다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의 협력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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