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칼럼] 문제 생긴 '문재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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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 부장
입력 2018-04-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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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의료업계가 폭풍전야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강화정책, 즉 ‘문재인 케어’를 놓고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겠다”며 빅 피처를 그렸다.

문재인 케어의 취지는 좋다.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줄여 대부분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게 골자로, 정부는 총 3800여개의 현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적용시키겠는 입장이다. 투입되는 국가재정만 30조6000억원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선택진료비가 폐지되고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도 급여화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을 반긴다.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일부 보건의료단체들 또한 문재인 케어에 긍정의 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케어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의사들의 반발행태가 심상치 않다.

의사단체의 대표 격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낮은 의료수가와 건강보험료 상승 등을 이유로 당초 이달 27일 전국규모의 집단휴진을 계획했다. 이후 국가 중대사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임을 감안해 유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음달 20일 총궐기대회를 선포했다.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이 뒤따르기는 해도 문재인 케어의 직접적인 대상인 그들의 목소리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의사들의 가장 큰 반발은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낮아지는 의료수가에 쏠린다. ‘의료수가’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뜻한다.

의협은 문재인 케어 이후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적정 의료수가를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수가가 현재보다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의사들이 많은 환자를 박리다매로 진료하거나 급여 항목에서 생긴 손실을 비급여 항목으로 보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의협은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항목을 늘리기보다는 의료수가를 올려 원가를 보상하는 게 문재인 케어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재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 시행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논리다.

그도 그럴 게 정부가 2017년 11월에 취합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재정 추계’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재정수지는 2019년에는 적자로 전환돼 2026년에는 고갈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케어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은 환자들의 치료선택권 박탈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암환자들의 치료와 관련한 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말기 암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던 면역항암제는 일부 암에 한해 급여화되면서 말기 암환자는 비급여로도 처방이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가 시행될 경우 환자가 자비로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아 외국으로 가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의협의 반발을 감수하고라도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한국의 가계의료비 부담이 커서 이를 줄이겠다는 인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이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데, 정부는 이를 5년 내에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잡았다. 

정부의 이 같은 취지는 공감하나 과거 베네수엘라가 ‘무상의료’를 선언해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이후, '응급실운영률 10%’, ‘약품공급률 12%’를 기록한 것에서 보이듯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사례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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