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정의 화양.영화] 4월, 장국영​·양조위의 사랑의 탱고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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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4-2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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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영화보기- 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 너와 나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

[사진=바이두]



4월은 장궈룽(張國榮·장국영)으로 시작한다. 4월 1일 만우절, 그가 거짓말처럼 세상과 작별을 고하자 수 많은 소녀 팬들은 울었다. 그가 하이힐에 치마를 입고 콘서트장을 활보했어도 팬들은 그를 사랑했다. 잘생긴 얼굴에 묘하게 느껴지는 반항심, 그리고 어쩐지 한없이 외로울 것 같은 그는 수 많은 명작 속에서 찬란했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장국영의 영화를 나의 처음으로 선택했다.

'해피 투게더'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왕자웨이(王家衛·왕가위) 감독의 영화다. 장궈룽은 물론 투박한 외모에 고요한 목소리, 선이 굵은 연기로 중화권 대표 배우로 자리잡은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의 풋풋한 젊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세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를 다시 들여다볼 가치는 충분하다.  

일단 왕 감독다운 화려한 미장센이 매력적이다. 이별의 시간에는 흑백이던 세상은 두 사람이 함께하면 색깔을 찾는다. 두 사람의 감정과 시간 속에 녹아있는 아르헨티나의 이국적 풍경, 독백, 여운을 남기는 대사와 명품 배우의 농익은 연기. 여기에 반도네오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이 화룡점정을 이룬다. 상처 뿐인 사랑과 이별, 쓸쓸함에 더해 이성이 아닌 동성의 사랑을 그린다는 파격 속에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아름답다. 

사실 해피투게더는 퀴어 영화다. 중국이 아닌 '홍콩' 이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반환받았고 영화는 1998년 개봉했다. 자유로운 '홍콩'의 여운이 아직도 살아있는 시절이다. 중국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로 홍콩을 품에 안으며 자치권을 보장하고 홍콩의 자유를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홍콩은 어찌됐든 '중국의 홍콩'이다. 사회 분위기와 표현의 방식, 생각은 변했고 영화도 달라졌다. 

하지만 해피투게더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한정하기에는 보편적인 '사랑'을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소 과격한 애정행위로 시작되지만 당혹스러움도 잠시, 곧 누구나 장궈룽이 되고 량차오웨이가 된다. 그들은 젊고 방황하며 사랑하고 아파하다 떠난다. 후회한다. 이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보고 지난, 현재의, 미래의 사랑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사진=바이두/해피투게더 ]


극 중 장궈룽은 사랑에 있어 지극히도 이기적인 캐릭터다.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갑자기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한다. 그러나 금새 권태에 환멸을 느끼고 떠난다.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매력적이다. 몸짓, 시선, 손짓 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랑도 언제나 그렇다.

반대로 량차오웨이는 줄다리기의 '을'이다. 떠나면 잡지도 못하고 계속 기다리다 돌아오면 밥을 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씻겨주고 원하는 것을 사주며 추위에 떨어도 그를 따라 나선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상대가 상처로 아무것도 못해 내가 돌봐줘야 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그다. 온 맘을 다해 사랑하고 또 바닥까지 상처받는다. 

 

[사진=바이두/해피투게더]



도살장의 핏물은 밀어내고 밀어내도 다시 돌아왔지만 그는 이구아수 폭포로 떠난다. 둘이 가려했던 곳에서 혼자 위력적으로 쏟아지는 폭포수에 흠뻑 젖는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떠난다. 상처를 이겨냈고 미련을 버렸고 폭포수로 핏물을 씻고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돌아온 장궈룽은 빈자리에 절규한다. 상처의 깊이, 얼마나 사랑에 솔직했느냐는 이별 후 후회의 두께를 결정한다. 장궈룽은 빈 방으로 돌아와 량차오웨이가 자신을 위해 했던 일을 반복하며 울부짖는다. 그는 떠났다.   

사랑은 신비롭게도 우리를 장궈룽이 되게도 하고 량차오웨이가 되게도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모든 사랑은 그 나름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찬란하게 빛났어도 어둠이 되기도 하는 사랑. 그래도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매혹적이다. 이미 먼 곳으로 떠난 아름다운 배우가 그려낸 사랑의 여정을 지금, 여기서 되짚으니 그 여운이 참으로 길다. 자, 어찌됐든 사랑하고 사랑할, 우리, 모두 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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