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미트론 사기 이례적 중징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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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4-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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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계 임원, 사기피해 발견한 죄?"

  • "리스크관리 체계 문제 일벌백계"

금융감독원이 2016년 발생한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 사건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달 말까지 징계수위가 확정될 예정이다.

동양생명을 포함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전례 없는 중징계가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도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된 금융사가 있었으나 해당 임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반복됐던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 동양생명만 중징계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은 2016년 전후로 외부에 알려졌다. 이후 진행된 검찰의 수사 결과, 사기범 40여명은 2014년부터 약 2년 동안 담보물(육류)을 이중 설정하는 방법으로 동양생명 등 14개 금융사에 총 577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실행했다. 2007년부터 육류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했던 동양생명의 피해액은 가장 많은 3800억원 규모였다.

수사 결과 동양생명에서 육류담보대출 실무를 맡았던 이모 팀장도 사기범에 편의를 제공한 대신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다만 동양생명 외에 여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에도 사기범에게 금품을 수수한 직원 3명이 함께 기소됐다.

내부 직원이 사기에 가담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동양생명에서 일어난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은 그동안 발생한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과거부터 금융사가 동산담보물을 제대로 확인·관리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한 사기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다.

2008년 외환은행도 이 같은 동산담보대출 관련해 사기를 당했다. 당시 국민은행이 먼저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이후 사기범에 속은 외환은행도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했다. 이는 동양생명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나 외환은행 및 외환은행 임직원은 사기 사건에 연루된 일로 중징계를 당하지 않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많았으나 유독 동양생명에만 중징계가 논의되는 것은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며 "사기범에게 크게 속았기 때문에 벌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논리 같다"고 말했다.

◆사기 시작 이후 부임한 임원들 책임 있나?

또 이번에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일부 임원들의 경우, 잘못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사기 사건을 수습하는 데 힘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감원은 동양생명의 짱커 부사장과 왕린하이 이사 등에게 문책적 경고 등이 포함된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짱커 부사장은 2015년 9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이후 최고재무책임자(
CFO)를 맡아왔다. 왕린하이 이사는 2016년 중순부터 구속 기소된 이모 팀장의 후임으로 육류담보대출 실무를 맡았으며, 지난해 8월 재무기획·융자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사기 사건은 짱커 부사장과 왕린하이 이사가 육류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기 이전인 2014년부터 시작됐다. 오히려 짱커 부사장이 부임한 2015년 9월 이후 육류담보대출 규모가 줄어 사기 피해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왕린하이 이사의 경우 육류담보대출 실무를 맡게 된 지 반년 만에 사기 사건이 회사 안팎으로 불거졌다. 짧은 기간 동안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사기 사건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동양생명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이 된 임원들은 이전부터 시작됐던 사기 사건을 발견한 것밖에 죄가 없는 것 같다"며 "10년 가까이 지속돼 왔던 육류담보대출 시스템을 부임 이후 즉시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의 문제 '일벌백계' 필요 주장도

징계가 과하다는 의견과 반대로 일각에서는 동양생명 리스크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었고, 책임자 처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과거 반복됐던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비해 이번 사건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에 일어났던 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 당시 징계를 참작하기보다는 이번 사기 사건이 가진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규모나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과거 사건과 이번 사건을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례에 비해 징계 수위가 다소 높지만 일벌백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일벌백계하려는 의미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며 "최종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금융당국이며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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