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지도자의 소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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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자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이병종 교수
입력 2018-04-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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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 새벽부터 침실에서 수많은 트위터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얼마 전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한 것도 트위터를 통해서 확인됐다. 미국의 각종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백악관의 공식 기자 회견보다도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를 살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정도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정책과 철학을 전달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주류 언론이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정책 등을 반대하고 대립각을 세웠으나 트럼프의 당선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대중 매체를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한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지도자들은 이제 불편한 기존 언론을 상대하지 않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좋은 예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들어 뉴미디어 비서관실을 이용해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전달하는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전통 언론의 기본 역할이 정치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에게는 지극히 불편한 존재이다. 반면 뉴미디어는 언론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메시지를 아무런 여과나 편집 없이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트위터는 전 세계 5000만명의 팔로어들에게 실시간으로 원문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당장은 지도자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들이나 그들 국가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여기에 따른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 한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단순히 사회관계망을 구축하는 수단이 아니라 뉴스를 접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되는 뉴스는 갈수록 공신력을 잃어가고 있다. 확인되지 않는 가짜 정보들이 난무하고 음해성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뉴미디어에 대한 신뢰감은 급속히 붕괴될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가 노출되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 드러나면서 회사가 곤욕을 치른 것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반면 기존 매체는 여전히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자는 단순히 사안의 한 단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시각을 균형 있게 전달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또한 일반인과 달리 가짜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직업적 훈련을 통해 계속 습득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신뢰가 추락할수록 기존 매체에 대한 공신력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퓰리처상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트럼프가 가짜 뉴스라고 매도했던 언론사에 돌아간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뉴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미투' 운동도 결국은 이들 기존 언론사를 통해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트위터에 매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은 기존 언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매일 아침 폭스뉴스의 'Folks and Friends'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보낼 메시지를 정한다고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에 대한 기존 언론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다. 물론 대중 매체도 점차 파편화되면서 중립성을 잃고 정파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늘어난다. 미국의 경우도 폭스뉴스는 점차 보수화하고 CNN 등은 더욱 진보화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으로서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본연의 기능은 여전히 충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감시견(watchdog) 기능을 계속하기 위한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점이다. 광고가 뉴미디어로 이동하면서 광고비에 의존하는 이들 매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정보가 무료화되면서 구독료도 감소하고 있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은 더욱 약화될 것이고 지도자가 언론을 회피하고 직접 소통만을 고집하는 경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큰 위기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매체나 전통적 기업의 수익을 빼앗아 가 크게 성장한 뉴미디어나 IT 기업들이 자신들이 몰아낸 전자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창시자 제프 베이조스가 개인 자금을 이용, 재정난에 시달리던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해서 다시 부활시킨 것이 큰 예이다. IT와 뉴미디어 기술이 발달할수록 민주주의를 위한 전통 매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베이조스의 생각이다. 그 결과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Democracy Dies in Darkness(어둠 속에서 민주주의는 사라진다)'라는 슬로건 하에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고 있다. 이베이 창업자 등 다른 IT업계 거물들도 전통 매체를 인수하거나 새 언론사를 설립하여 비슷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듭하는 워싱턴포스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전통 기업을 파괴하고 있고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 역시 트위터를 통해서 전해진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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