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임수정 '당신의 부탁', 엄마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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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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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컷[사진=명필름 제공]

2년 전, 효진(임수정 분)은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하루 행복한 날을 보내던 효진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는 그와 주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효진은 시동생(김민재 분)으로부터 남편(김태우 분)과 전 부인 사이에 있었던 아들 종욱(윤찬영 분)을 대신 키워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게 된다. 32세의 젊은 엄마가 된 효진과 16살 사춘기 소년 종욱의 거리감은 좀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종욱은 효진 몰래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환절기’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KNN 관객상을 수상한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이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바 있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을 면밀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시종 담백하고 담담한 화법을 유지, 효진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말한다. 의욕을 잃어버린 효진이 점차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이 느리고 미세하게 그려지며 숨을 죽이고 집중하도록 만든다.

또한 ‘당신의 부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엄마의 모습.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양육하게 된 효진을 비롯해 딸 걱정에 잔소리만 늘어놓는 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 분), 중학생 신분으로 덜컥 임신하게 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 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 엄마라는 존재를 환기하고 역할의 한계를 허문다. 흥미로운 것은 ‘당신의 부탁’이 엄마와 모성을 제한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성을 강요하거나 위대함을 전시하지 않고 흘러가도록 두는 것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엿볼 수 있도록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당신의 부탁’이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 영화의 중심축인 효진 역의 임수정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전작과 다른 연기 결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화해가는 효진의 모습은 마치 배우 임수정과도 닮아있다. 사춘기 소년 종욱 역의 윤찬영은 또래 캐릭터를 가장 가깝고 진솔하게 연기했으며 이야기의 변곡점이 되는 김선영은 캐릭터를 더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표현해냈다. 1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8분 관람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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