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말라드 ⑤] '밥상머리 교육'있는 그룹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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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18-04-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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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家 가족 교육 무엇이 달랐나

'47.4%'.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 1843조원(2018년 4월 기준) 가운데 삼성을 비롯한 국내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회사들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오너가(家)의 ‘갑질' 논란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거론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들은 ‘밥상머리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대기업 고위임원은 “식사 자리에서 어른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4대 그룹 오너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졌다”며 “단순히 식사 자리에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대의 삶과 경영철학 등을 체화하며 자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 ‘겸손’, 정주영 회장 ‘화합’ 강조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후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온 그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도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겸손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집에 손님이 오면 문앞까지 나와서 인사를 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지위를 막론하고 손님이 오면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하는 게 예의라고 보고 실천토록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1987년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한 것도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평소 리더로서의 덕목으로 자식들에게 △알아야 하고(지·知) △행동해야 하며(행·行) △시킬 줄 알아야 하고(용·用)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훈·訓)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것(평·評) 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1991년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아버지 밑에서 호된 경영수업을 받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 덕분인지 그는 아버지에 이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4년 각각 206조2100억원, 25조300억원에서 지난해 239조6000억원, 53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4년 새 각각 16.2%, 114.1% 늘어난 것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에 얽힌 일화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빠지지 않고 꼭 지켰던 일 중 하나가 온 가족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시간에 맞춰야 했고 참석하지 못할 경우 엄하게 꾸짖었다. 가족의 유대감을 다지고 더불어 기업인으로서 약속의 중요성 등을 어려서부터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3세 경영인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의 할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이 특히 아끼며 가르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인지 정 부회장은 업계에서 인성과 기본예절을 잘 갖춘 후계자로 일컬어진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하면서 만성 적자로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 전환해 성공해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0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회장이 된 이후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혁신했다는 평이다. 현재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자동차의 미래를 위한 부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종현 회장 ‘합리적 사고’, 구인회 회장 ‘인화’ 중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성장기도 남달랐다. 그는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198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내로라하는 부잣집의 아들인 최 회장의 유학생활은 오히려 다른 학생들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용돈이 많지 않아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할 정도였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자라면 합리적으로 논리를 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 전공으로 물리학을 택했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98년 8월 최 선대 회장의 별세 후, 그룹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최 회장이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끈 밑바탕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SK의 자산총액은 1998년 5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5월 기준) 170조7000억원으로 2배 넘게 확대되며 국내 재계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LG는 4대 그룹 가운데서도 흠결이 적은 기업 ‘으뜸’으로 꼽힌다. LG가의 창업주 고 구인회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이자 지금까지도 이 회사의 근간인 ‘인화 정신’ 덕분이다.

구 선대 회장으로 시작된 6명의 형제들, 6남 4녀의 자녀들, 동업자인 허씨 일가, 그리고 구인회 회장을 초창기부터 도운 경영자들이 함께 협업하며 범LG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벌가들이 갑질 논란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일부 기업의 경영인들은 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기도 한다”며 “잘한 기업은 칭찬하고, 못한 기업은 비판해 다 같이 성숙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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