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보면 '앞'이 보인다…여야 '백드롭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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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4-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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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제발! 일 좀 합시다!"

  • 한국당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

  • '김기식·드루킹' 등 이슈에 맞춰 신속하게 교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 뒤로는 '제발 일 좀 합시다!'라는 백드롭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각 정당 회의실의 '백드롭(회의장 배경 현수막)' 문구를 보면, 꽉 막힌 국회의 단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야 정당은 각각 주장하는 핵심 문구를 광고카피처럼 백드롭에 쓴다.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벌이는 것이다. '백드롭 정치학'이다.

18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와 '드루킹 여론조작 의혹'에 반발해 이틀째 '천막 농성'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다는 백드롭을 내걸었다. 반면, 엉킨 국회를 풀어야 할 의무가 있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발! 일 좀 합시다!' 백드롭으로 맞불을 놓았다.  
 
백드롭은 그 정당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당의 얼굴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홍보국에선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늘 고심을 거듭한다. 통상적으로 백드롭은 각 당의 홍보국에서 관리하지만 한국당의 이번 백드롭은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의 '합작품'이다. 백드롭 실무를 담당한 한국당 관계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결정했고, 우리도 적절한 수위의 재치 있는 문구라고 생각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뒤로 보이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이 문구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지금 절대 권력인 양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고 있지 않나. 탈원전, 최저임금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남용하는 단면들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 민심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의 내용을 담았다. 또 탄핵이라는 대통령의 사례를 우리도 성찰한다는 의지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의 해당 백드롭은 당내에서도 반응이 좋아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위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은 17일부터 '제발! 일 좀 합시다!'라는 제목의 백드롭을 새로 내걸며 국회 정상화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에게 제발 일 좀 하자는 마음을 담아 백드롭을 만들었다"며 백드롭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피켓시위와 함께 '방탄국회 정치파업 즉각중단하고 제발 일 좀 합시다! #민생입법 #청년·지역살리기 추경 #6월개헌 #국민투표법' 백드롭으로 한국당에 다시 한번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당내 혁신 조직인 미래소통국이 백드롭 실무를 담당한다. 김영호 의원이 맡고 있는 미래소통국은 매일 오전 부서원 전체가 회의에 참석해 주요 현안과 이슈를 공유하고, 동시에 온·오프라인 홍보내용과 방법을 협의한다. 미래소통국 관계자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아내고자 했다. 디자인은 간결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이미지로 하되, 자극적이거나 저급한 또는 네거티브한 내용은 지양한다"고 기준을 밝혔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6.13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배숙 대표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하고 있다. 뒤로는 출범식에 맞춰 새로 설치한 백드롭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실 백드롭엔 주로 국회 현안이 담긴다면, 최고위원실은 주로 화해·평화·개헌을 강조하는 백드롭이 걸린다. 지난 2월 7일 처음 개시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응원합니다' 백드롭은 6개 국가의 언어로 '평화'라는 단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합해 아이스하키 선수의 모습을 타이포그라피(그림문자)로 표현했다. 최근 걸린 '4월 화해·5월 평화·6월 개헌'의 경우엔 '민생 시간표'를 나타냈으며, '세월호 4주기'인 지난 16일부터는 노란 리본을 달아 추도의 뜻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영호 의원은 다가오는 지방선거 백드롭 구상에 대해 "기존에 보지 못한 참신한 백드롭을 제작할 계획이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의 백드롭은 벌써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날 6·13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민생캠프 출범식을 맞아 '국민이 바라는 야당, 민주평화당입니다!'라는 백드롭으로 교체했다. 손산 홍보국장은 "人(사람인)을 가운데 두고 우리당 상징색인 주황색과 초록색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주황색은 민생에 대한 열정과 젊음을 상징하고 초록색은 안정감, 평안함을 뜻한다. 슬로건의 '국민' 글자를 '( )'이 바라는 야당으로 바꿔 계속해서 선거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드롭을 가장 많이 교체하는 바른미래당은 '대선 불법 댓글 공작! 전면 수사하라!'고 백드롭을 교체했다. 바른미래당 박천욱 홍보국장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빠르게 이슈가 변하고 있다. 당에서 중심적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이슈들도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자주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백드롭은 이슈 선점을 위해 가독성을 높였다. 그는 "이번 댓글공작 건은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강한 글씨체를 넣어 화면에 잘 전달되도록 신경 썼다"고 귀띔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선거에서 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미래'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과 이미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운데)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 대표 뒤로 '대선불법 댓글공작! 전면 수사하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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