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의 공지마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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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자 발행인
입력 2018-04-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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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술집이 손님을 끌기 위해 '오늘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점심을 공짜로 준다'고 광고를 했다. 어리석은 손님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손님들은 자신의 점심값이 이미 지불한 술값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이런 영어 표현이 나왔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든 성경을 읽든 법화경을 읽든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원칙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무엇을 즐기든 반드시 대가를 치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혜의 석학들을 선조로 둔 그리스에서 정치인들의 선동 정치와 공짜 점심 때문에 국가경제가 거덜난 것도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짜 점심의 청구서가 점심비용 중 가장 비싸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상식이다.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는 올 2월 유로존 가운데 가장 높은 20.8%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무한 사랑을 가르치는 종교라고 해도 하나님의 공짜 사랑만 기대하면 안 된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를 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대신 영적 리더인 모세로 하여금 하나님의 십계명을 지키도록 요구했다. 만약 우상을 만들어 숭배하면 바로 징치했다. 신이 아무리 이타적인 사랑을 베푼다 해도 그 사랑을 온존하게 누리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겠다.

시선을 인간의 세계로 내려보면 작금의 국제정세도 ‘공짜 논쟁’이 그 핵심이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에 이에 상응하는 ‘공짜 청구서’를 보내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에 직접 투자를 늘리거나 미국 상품을 많이 사 가지 않으면 미국에 수출해서 먹고살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는 경고이다.

재팬 패싱(일본 배제)과 사학 비리로 곤궁에 빠진 아베 총리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친구로 남을지, 아니면 한때의 추억을 공유하는 옛날 친구가 될지는 공짜 청구서의 결제금액에 달려 있을 것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핵심도 따지고 보면 공짜 논쟁이다. 2016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507억 달러. 45%의 관세율로 중국을 손보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엔 오히려 2759억 달러로 늘어났다. 자금성에서 황제 대접을 받고 2500억 달러짜리 선물 보따리까지 받아왔다고 우쭐댔던 트럼프. 시진핑 주석에게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2500억 달러 가운데 1200억 달러는 미국 알래스카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유전개발에 투자하는 것이고, 1300억 달러는 통상 미국으로부터 사 오는 비행기와 콩 등의 상품 무역에 껍데기만 씌워 뻥튀기를 한 것이다.

발끈한 트럼프는 다시 25%의 관세 폭탄을 미·중 무역전선에 투하했다. 연이어 금융시장과 환율시장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때 일본을 손본 것처럼 중국도 손보겠다는 심산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공짜논쟁은 워낙 큰 싸움이라서 여진 또한 만만치 않다. 당장 양국의 사이에 낀 한국이 문제다. 한국은 북핵문제와 통상문제로 미국과 중국의 샅바싸움에 초긴장상태다. 여기다 오는 27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까지 겹쳐 안보외교와 경제외교에서 초정밀 운전을 신중하게 해야만 한다. 고도의 글로벌 생존전략의 다중 충돌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북핵은 한국에는 ‘사활의 문제’이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에는 ‘상황적 환경’이자 국익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정작 한국인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무역전쟁과 북핵문제의 협상대상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협상전략은 한마디로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이다. 모택동(毛澤東)은 힘이 없을 때는 말을 먼저 꺼내고 힘이 있을 때는 주먹을 먼저 날렸다. 모택동 군대에 패한 장개석(蔣介石)은 훗날 뼈아픈 분석을 남겼다.

“그들의 평화회담은 전략적 방어이자 전술적 공격이라는 요술적 변증법이다. 세가 불리한 때는 전략적 방어와 전술적 공격이라는 저자세의 ‘담담타타’로 나오고 세가 유리한 때는 전략적 공격과 전술적 방어라는 고자세의 ‘타타담담’으로 나온다. 여기에 국민당이 패배했다.”

공교롭게도 한반도를 둘러싼 6자회담의 참여국가 중 한국과 미국·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인 반면, 북한과 중국·러시아는 사회주의 체제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의 대치국면이 반복된 상황이다.

물론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크게 바뀐 데다 동족 간 평화회담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다만 오늘의 적과 동지가 국익과 정세에 따라 바뀌는 국제 외교전쟁 시대에선 낙관적인 ‘온리 원(Only One)' 평화전략은 금물이다. 상대국가가 ‘담담타타’로 나오는 것에 대비, 우리는 ‘담담타타’와 ‘타타담담’ 이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판문점 정상회담이 1989년 미국과 소련 간의 몰타 정상회담을 뛰어넘는 21세기의 기념비(紀念碑)가 될 것이다.

모택동이 미국과의 수교협상을 앞둔 주은래(周恩來)의 손에 쥐여 준 교시(敎示)가 면리장침(綿裏藏針)이라는 것도 청와대가 주목할 대목이다. 부드러운 솜 속에 바늘을 감추어 놓으라는 뜻이니 사실 그 속셈이 무섭다.
초정밀 준비 없이 공짜로 얻어진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 재앙의 전조일 것이다. 문재인-김정은 평화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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