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싱가포르 대사 인터뷰] "미중 무역전쟁에 다각화로 대응해야..포용적 성장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세미 기자
입력 2018-04-19 0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 12일 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입 웨이 키엣 주한 싱가포르 대사 [사진=사진=박세진 기자 swatchsjp@]


세계 2대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최근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악화되고 있다. 당사국뿐 아니라 경제에서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파장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협소한 국토와 부족한 자원 등 내수 성장의 제약이 큰 싱가포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도 싱가포르는 여전히 국제 무역과 물류의 중심지로서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7년 기업환경평가’에서 세계 190개국 중 싱가포르를 2위에 선정했다. 싱가포르는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는 최근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에서도 세계 2위로, 5년째 아시아 최고 자리를 지켰다. 조사대상 119개국 중 10위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싱가포르가 유일했다.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2017년 아시아 경제체 보고서’에서도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거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싱가포르는 어떻게 대응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입 웨이 키엣 주한 싱가포르 대사에게 들어보았다.

-미·중 무역갈등 고조와 세계 보호주의 흐름에 싱가포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싱가포르의 연간 총 무역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여타 경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중 간 관세 확대가 글로벌 교역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예상치 못한 국면에서 생기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싱가포르는 가능한 한 무역을 다각화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는 22개의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동반자협정을 협상 중이거나 실시 중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세계 주요 경제국 대부분과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점점 복잡해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싱가포르의 무역과 경제 성과에 어느 정도 안정감을 부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화와 경제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사람들은 세계화와 자유주의의 과실을 골고루 얻지 못했다. 세계화에 따른 이득이 국가들 간에 고루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호주의 대신 국가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더 나은 옵션은 포용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전체 성장에서 일부가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싱가포르 경제의 핵심 산업은? 한국 기업들은 어디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개발 전략 측면에서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다. 인구나 천연자원, 지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성장 속도나 글로벌 경제 상황에 맞게 정책을 검토하고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싱가포르는 전자, 금융, 석유화학, 바이오테크와 같은 특정 산업에 투자하면서 집중 육성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술 혁신이 생활 구석구석에 일으키는 변화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발전 전략을 다르게 잡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는 세계 굴지의 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의 과제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글로벌 도시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본·인재·아이디어를 유치할지, 어떻게 사람들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도시로 만들지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국가(Smart Nation)'로 가기 위해 싱가포르가 그리는 비전의 바탕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하고 커뮤니티를 한층 가깝게 연결하는 것이다. 

스마트국가 이니셔티브는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잘 '연결된(connected)' 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에 기반한다. 높은 연결성은 e-정부 서비스, e-지불, 자율차, 스마트홈, 통합 헬스케어 솔루션 및 도시 교통과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데이터의 토대가 된다. 의료를 예로 들자면, 싱가포르의 공공병원은 환자 기록을 통합해 환자가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들은 그 환자에 대한 통합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 중 일부는 한국이 집중하고 있는 부문과 일치한다. 스마트시티 개발에서 한국은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에 강점을 보이며, 여타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은 싱가포르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부딪히는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마련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에서도 협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아마존을 비롯,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싱가포르를 택하고 있다. 그 비결은?

"이미 수천개의 다국적기업이 싱가포르의 우수한 인프라와 금융뿐 아니라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기업환경을 누리고 있다. 기업들은 싱가포르에서 동남아 인구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더 넓은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동서 교역의 교차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동남아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다양한 경제 활동의 허브 역할을 했다. 수년 전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내부 지향적 산업화와 자국 산업 보호를 택할 때에도 싱가포르는 개방 경제를 고수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싱가포르는 투자 유치를 위해 관료적 요식행위를 최소화하고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고숙련 노동자들을 육성하며 정부, 노동계, 사업가로 구성된 삼각 편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이라고 자부하는 공항과 항구를 통해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항공 및 해상 연결망을 구축했다. 아울러 세계 주요 경제대국과 양자·다자 간 경제 파트너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협상해왔다. 해외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매년 세계은행(WB)은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도시로 싱가포르를 순위에 올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싱가포르는 이웃국 및 파트너와 힘을 모으는 것이 다국적 기업의 진출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2015년 아세안 국가들과 아세안 경제공동체를 출범했다. 동남아는 단일시장이자 제조업 기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에 완전히 통합되는 높은 경쟁력을 가진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으로 동남아와 교류를 강화하는 등 한국과 동남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입장은.  

"싱가포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과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3P 전략'을 환영한다. 지난 29년 동안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그 범위와 깊이 면에서 꾸준히 발전했다. 여전히 아세안과 한국이 협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한국 정부가 신남방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할 구체적인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해 싱가포르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혁신(Innovation)’과 ‘회복(Resilience)’이라는 테마 아래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종합적인 목표는 아세안이 경제·안보 관련 위기 대처 능력을 함양하고, '파괴적(disruptive)' 신기술에 대한 혁신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의 경제 통합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기술적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요 계획 중 하나는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ASCN)'이다. 많은 동남아 국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SCN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과 각국의 강점을 접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에서 낙오자가 생기지 않게 도울 것이다. 

ASCN과 함께 싱가포르는 아세안 국경간 전자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디지털 통합 틀을 개발하고, 아세안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신남방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환영한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관계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과 싱가포르는 전반적으로 무척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국이 다양한 사안에서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훌륭한 초석이 된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제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보다 경쟁할 부분이 더 많다고 오해하곤 한다. 그렇지만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강점이 있는 다양한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그곳에서 창출되는 기회를 잡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생기는 과제에 대응하고 기회를 활용하는 데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양국은 스마트시티, 도시문제 해법, 자율자동차, 바이오기술, 로봇기술, 첨단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R&D) 및 기술 활용을 선도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양국이 이 부문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결합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