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알음알음] 논란 뿐인 닐로의 차트 1위, 어쨌든 ‘역주행’ 순기능은 흩트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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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입력 2018-04-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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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닐로 SNS]


가수 닐로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4월 가요계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됐다. 음원차트 역주행이라는 기록을 썼지만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때 아닌 ‘사재기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견된 논란이었다. 정당한 음원 역주행이 아닌, 그 이면에 가려진 편법을 이용한 역주행이라는 주장이 거듭되고 있다.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국내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는 놀라운 현상이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닐로의 ‘지나오다’가 12일 새벽 시간대를 기점으로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른 바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그동안 역주행을 기록한 다수의 음악들은 음악을 즐겨 듣는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키게 만든 수단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리스너들은 갑작스럽게 차트 역주행한 닐로의 ‘지나오다’가 좋은 노래라는 이미지를 갖고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며칠 동안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지나오다’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지나오다’의 역주행이 시작된 시간대가 새벽이었다는 점에서부터 음악 팬들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닐로의 음원 역주행이 시작하는 시기에는 소위 차트를 씹어먹는다는 거대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들인 엑소-첸백시, 위너, 걸그룹 트와이스 등이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발매한지 6개월이 지난 곡이, 대형 아이돌 그룹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하다니. 대중들은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닐로의 ‘지나오다’는 발매 후 600위 밖에 있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여만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음원 차트에 1위에 이름을 올려 놓게 된 것이다. 상황으로만 봤을 때는 그야말로 ‘신화’에 가까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닐로가 일궈낸 놀라운 성과의 배경이 금세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나오다’가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낸 1위 잘가 아니라는 게 대다수 음악팬들의 지적이다.

사실 ‘지나오다’는 며칠 사이 갑자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방송 출연이나 SNS 이슈 등 이렇다할 계기 없이 갑자기 차트를 치고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원차트 실시간 분석에서 그리고 있는 그래프의 모양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한 커뮤니티에는 닐로의 ‘지나오다’의 멜론 사이트 실시간 그래프와 이용자 추이를 계산해 분석한 글이 올라왔다. 당시 공개된 추이에 따르면 ‘지나오다’는 자정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노래방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던 윤종신 ‘좋니’ 역주행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잠을 자는 새벽엔 그래프가 떨어졌었다. 이 때문에 닐로의 음원 역주행 뒤에는 어떠한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측은 “사재기는 결코 아니며 방법도 모른다”면서도 “우리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결국 그 ‘노하우’라는 말이 이번 논란에 화를 더욱 키우게 된 격이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SNS 및 바이럴 마케팅도 함께 겸하고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이에 누리꾼들의 시선은 ‘사재기 논란’에서 ‘SNS 바이럴 마케팅’으로 변했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단어 자체가 꼼수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SNS로 손꼽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가입, 활발하게 활동하며 활성화 돼 있다. 이 때문에 홍보가 필요한 엔터업계 뿐 아니라 각계 여러 분야에서 SNS를 통하 바이럴 마케팅은 많이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거대 소속사 소속 가수들이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음원을 통한 수익을 내는 것이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경쟁에서 자신들만의 파워를 갖추기 위해 활용하는 홍보의 한 수단으로 바라본다면 바이럴 마케팅은 순기능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의 찬반 논쟁 역시 거세지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 역시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홍보 관계자는 “나 역시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노하우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음원 차트는 비정상적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한 인디 레이블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음악 소개 페이지의 문제점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지적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바이럴 마케팅이라 쓰지만 이것은 엄밀히 여론 조작”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차트 역주행’을 기록한 음원들은 차트 순위가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타기 시작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러한 역주행은 각종 매체들에 얼굴을 자주 내비쳤던 가수들이 아닌 무명에 가까운 인디 뮤지션들,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음악인들에게 일어났던 일로 역주행을 통해 숨겨진 명곡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놓으며 음원 시장의 다양성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역주행’을 통해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인디 뮤지션들은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 남성듀오 멜로망스, 그룹 장덕철 등이 있다. 이들은 차트 역주행을 기록하며 큰 인기몰이를 한 주인공들이다. 앨범 발매 당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각자만의 계기로 음원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볼빨간사춘기의 경우 ‘우주를 줄게’가 2016년 역주행의 신화를 쓰면서 이후에 내는 앨범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이 음악을 찾아듣는 가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아마 닐로도 이번 역주행 기록과 함께 앞선 주자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화려한 미래를 잠시 그려봤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전무했던 닐로가, 음원차트 역주행이라는 신화를 기록하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개운하지 못한 뒷맛만을 남기게 됐다. 데뷔 후 첫 음원차트 1위라는 영광스러운 기쁨의 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 닐로 본인에게도 이 상황은 억울하고 가슴 아프고 상처가 될 터다.

계속되는 논란에 15일 닐로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다시 한 번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은 절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번 사재기 의혹에 대해 관련 기관에서 정확한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악플러들을 향한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이런 공식입장에도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을 접했던 대중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문체부가 조사해 의혹을 해결 해달라”고 청원을 넣고 있다. 더불어 “SNS 입소문을 이용한 마케팅이었다면 광고라는 사실을 적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바이럴 마케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닐로 역시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만든 음원의 인기가 이런 이유로 왜곡된 시선을 받는다는게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닐로 측에서는 ‘사재기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떻게 닐로의 음원이 차트 1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이번 의혹이 커졌던 음원차트 그래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밝혀져야 하는 게 더욱 먼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닐로의 향후 음악적 활동에도 계속해서 제약이 걸릴 수도 있다. 닐로 뿐 아니라 모든 음원업계들과 그들을 담당하는 엔터사들도 당장 눈앞의 1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

음악을 평생의 업이라 믿고 살아오는 수많은 음악인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만든 음악이 듣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생각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뮤지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중한 꿈을 가슴에 품고 정진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역주행’이라 불리는 기회가 정당한 방법으로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좋은 음악은 언젠가는 사랑받는다는 역주행의 참 된 의미를 흩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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