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변호사보다…‘가족’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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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해 기자
입력 2018-04-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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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필규 “가족들 더 다쳐선 안 돼”…‘껴안기’가 주 업무

  • 피해가족과 노숙한 박주민…“‘국회’ 철벽에 계란 치기”

  • 박종운 1기 특조위 위원 “진상규명 끝나야 아픔서 해방”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곁에는 ‘세월호 변호사’가 있었다. 그들은 진도와 안산, 국회 등 가족들이 있는 곳 어디에나 함께하며 현장을 누볐다. 16일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본지는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종운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 황필규 “가족들 더 다쳐선 안 돼”…‘껴안기’가 주 업무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진 제공=황필규 변호사]


황필규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가장 먼저 현장에 간 ‘세월호 변호사’다. 그는 참사 발생 이틀 만인 2014년 4월 18일 밤 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황 변호사는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대표단 자격으로 피해자 가족들에게 법률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정부 프락치 아니냐”, “변호사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황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팽목항을 들렀다가 우연히 해경이 가족을 상대로 “너무나 진정성 없는 브리핑”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아, 가족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고 있지 않구나’, ‘누군가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기억을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가족들과 관계가 설정이 안 되더라도 지켜보자며 며칠을 더 지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황 변호사는 스스로 역할을 ‘법률 지원’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최우선으로 ‘가족이 더 다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가족들 주위엔 여러 유형의 사람이 맴돌았다. 황 변호사는 그중에 사고를 칠만한 사람들, 혹은 선의로 왔지만 결국에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들을 주로 모니터링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 가족 한두 명 붙잡고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사람들’도 요주의 인물이었다.

또 하나 주된 업무는 ‘돌발행동 하는 가족들 껴안기’였다. 온갖 집회든 공무원을 만나는 자리든 어느 순간 흥분한 가족들이 뛰쳐나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역할은 가족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다양한 공간에서 정리·전달하고 이후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행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끝으로 정부가 부당한 일을 하거나 은폐하려 하거나 때에 따라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 피해가족과 노숙한 박주민…“‘국회’ 철벽에 계란 치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국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주민 의원 역시 주로 피해자 가족 옆을 지켰다. 그는 국회 처마 밑과 광화문 광장,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노숙하며 가족들과 항상 함께 다녔다. 

여름·겨울을 시멘트 바닥에서 먹고 자며 새똥도 많이 맞았다. 가족들이 물대포를 맞을 때 같이 맞았고, 경찰 버스 바퀴 아래를 기어 다닐 때면 같이 기어갔다.

육체적 어려움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국회라는 ‘철벽’에 계란을 던지는 일이었다.

박 의원은 “초창기 국민적 열망은 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도 정치인들, 특히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막으려고만 했다”며 “철벽에 대고 계속 계란을 던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특별법 협상 파트너는 자유한국당의 ‘검찰 출신’ 김재원 의원, ‘경찰 출신’ 이완구 의원,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 등 모두 법률 전문가들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법을 알지도, 법안을 협상할 줄도 몰랐다. 누군가는 도와줘야 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도 저하고 황필규 변호사가 협상 자리에 가면 새누리당이 ‘저 사람들 있으면 얘기 안 한다’고 해서 쫓겨난 적도 많았다. 몇 시간씩 복도에 서 있던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기억’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세월호 잊지 말자’고 하는데 정작 많이 잊었다”면서 “특히 세월호가 억압받고, 세월호 얘기하면 억압받았던 부분을 가장 먼저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에 대한 거부감, 세월호에 관해 얘기하기 굉장히 힘들었던 당시 분위기를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그래야 앞으로도 무슨 일이 터지면 억압하려 하지 않고 그(피해자)분들 얘기를 바로 들으려고 하고 바로 전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종운 1기 특조위 위원 “진상규명 끝나야 아픔서 해방”
 

박종운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 [사진 제공=박종운 변호사]


박종운 변호사는 대한변협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특위) 내 특별법 제정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여·야 간 특별법 협상 내용을 모니터링했다.

그는 주로 여당 제안에 대한 반박 논리 개발과 대안 마련, 조문화 작업에 몰두했다. 2014년 12월부터는 세월호 1기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힘썼다. 

박 변호사가 ‘세월호 변호사’가 된 이유는 평소 신념 때문이다. 그는 “변호사는 직업의 특성상 누군가를 지지·옹호하는 일”이라며 “이때 기본적으로 상호가 사회적·법적으로 대등한 당사자가 돼야만 공격과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국가와 언론이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 정보가 많고 힘도 셌다”면서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아이가 죽었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고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차이가 생겼을 때 변호사가 이 사람(권력)을 끌어내릴 순 없어도, 가족을 지원해서 최소한 법률적으로 대등한 당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진실 규명을 할 수 있고 억울함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세월호 침몰 원인 △구조 실패의 원인 △정부·언론 대응의 적절성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면서 “그래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이제 그만 잊으라’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기억의 종말’, ‘기억의 구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때가 되면 유가족뿐 아니라 여기에 분향하러 오는 분들, 그리고 마음속에 세월호에 대해 아픔이 있는 모든 분이 그 아픔에서 해방되고 희생자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협이 2014년 4월 30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공익법률지원단을 모집한 지 일주일 만에 514명의 변호사가 동참해 특위를 구성했다. 과거 유례 없는 숫자였다. 

특위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상담 지원 △인권침해 대응 및 증거보전 △특별법 제정 활동 △개별 재판의 피해자 지원 △언론사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고소·고발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이후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난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국가적 재난 발생 시 법률 상담과 대정부·국회 협의 지원, 손해배상 및 트라우마 치료 상황 점검 등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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