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희롱 해당 여부,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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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4-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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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 지속적으로 성추행 한 대학교수 해임 취소소송, 파기환송

  • '어떤 행위가 성희롱인가'…"사회 평균적인 감성 아닌 피해자 감성에서 봐야"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한 2심 판결을 다시 하라고 명령했다.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는 피해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 등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방의 한 대학 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수업 중 질문을 한 여학생을 뒤에서 안는 듯한 이른바 '백허그' 자세를 취하면서 답을 하고, 학과 엠티(MT)에서 자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14건의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됐다. 이후 A씨는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심사를 청구했지만 "징계사유가 사실로 인정된다"며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성범죄 관련 소송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사회 전체의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 성희롱 피해 등을 고발하려다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2차 피해'가 생길 가능성 등도 유념하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심은 A교수의 징계사유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해임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교수가 학생들과 평소 격의 없이 어울렸고, 교수에 대한 익명 강의평가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었으며, 백허그가 수업 중에 일어났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들어 “성희롱 발생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대해 "피해자가 A씨의 수업을 들었던 점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했다"며 “피해자 사정에 대한 고려없이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거나 원고의 행위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가 아니면 성희롱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충분한 심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성희롱 소송의 심리와 증거판단 법리를 처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모든 성희롱 관련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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