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소통이 어려운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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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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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컷]

어느 겨울날, 동물원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탈출한다. 도시가 공포에 잠기던 그 날, 여자친구 현지(류현경 분)의 집에 얹혀살던 경유(이진욱 분)는 “부모님이 올라오신다”는 말에 짐을 꾸려 집을 나선다. 하지만 경유가 집을 비운 사이, 여자친구는 이사를 가버리고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홀로 이별을 결정한다.

갈 곳을 잃은 경유는 친구 짐에 머무르며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우연히 유명 소설가가 된 전 여자친구 유정(고현정 분)과 만나게 된다. ‘겨울손님’에 떠나야만 했고, 얼떨결에 ‘겨울손님’이 된 경유와 유정은 다시금 만남을 준비하게 된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로맨스 조’, ‘꿈보다 해몽’으로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광국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으로 하여금 비관과 낙관, 현실과 판타지를 엮어낸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분위기와 장기를 발휘, 인물이 처한 현실적 상황과 환상적 사고를 관객들에 선보인다.

관객들은 경유라는 인물을 통해 그가 겪는 곤경과 심리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때문에 떠나야 하고, 반대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되어가는 경유의 모습은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를 만들어낸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은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 소통하거나 고민을 나누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도 쉬이 답하지 못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민을 마주하거나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극 중 인물 중, 유일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는 강유는 그 과정을 관객들과 나누며 느리지만 확실한 소통을 하고자 한다.

영화의 곳곳에는 이 감독이 의도한 환상성과 은유, 상징들이 심겨 있다. 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고 관객들 또한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품을 보는 내내 특정 감독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매끄러운 편이다. 베테랑 배우 고현정을 필두로 이진욱, 류현경, 서현우가 소통에 어려운 인물들을 표현, 인물들의 빈틈을 채워낸다. 새로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안전하게 표현해냈다. 오는 1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7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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