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銀만 워크아웃 기업 맡는 시스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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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8-04-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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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ㆍ수은에 부실기업 왜 몰리나

  • 대우조선ㆍ대우건설…부실 견제 못하다 '밑 빠진 독 물 붓기'식 지원

  • 시중은행은 건전성 규제로 주도 어려워…"구조조정 시장논리 맡겨야"

[사진=산업은행 제공]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전 정권에서도 그랬고 이번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역할 소홀 등으로 국민 혈세를 쏟아 붇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과 수은은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국가정책 실행에 활용할 목적으로 설립했다. 정부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낮아 일반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책은행에 대해 산업계와 국민들의 시각은 마뜩잖다. 실사 결과,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나오더라도 국책은행들이 정부 정책과 지역경제 등을 고려하는 탓에 시장 논리가 파괴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책은행은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거나 회생쪽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인 예다. 산은은 17년 동안 대우조선의 대주주였다. 그럼에도 분식회계와 경영 부실 등을 견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1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유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청년일자리와 지역 대책을 위해 추진한 추가경정(추경, 3조90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였지만 대우건설이 발표하기 전까지 모로코 부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8년 간 3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성동조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성동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수은 주도로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했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됐다.

시장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이 장기간 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온갖 부실이 산은과 수은에 몰리면 버거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운업 구조조정만 해도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부담을 나눴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은 부실 기미가 보였으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피력했을 것이고, 산은도 따라오는 등 어떤 식으로든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은 8%다. 국내 은행은 바젤Ⅲ를 적용받아 내년까지 BIS 비율을 13%로 높여야 한다. 리스크 있는 기업 투자 등은 회피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당국이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건전성 기준을 높이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갈 수밖에 없어 부실 여지가 있으면 아예 안 들어가거나 떨쳐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산업이 악화되면 시중은행은 모두 발을 빼고 국책은행만 남는 모양이 됐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민 세금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꼴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의 건전성은 3년 연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 간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대출 억제정책 등에 따라 보수적인 여신운용이 이뤄지면서 부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2016년 대규모 부실채권이 정리된 것도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1.75%로 전년 대비 0.31%포인트나 떨어졌다. 

지금까지 산은·수은의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 졸업률은 17% 수준이다. 시중은행(82%)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시장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당국의 전향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손꼽히는 하이닉스 매각은 ​시중은행 채권단이 주도했다"며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구조조정도 시장논리에 맡길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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