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각종 의혹으로 뒤덮인 빙상연맹…"성적 지상주의부터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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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4-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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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7일 SBS TV를 통해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노선영 선수,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등 연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상세히 다뤄졌기 때문이다.

사실 빙상연맹의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지난 2월 19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 간의 팀워크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당시 8강전을 치른 한국팀의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 종반부 뒤처진 노선영을 두고 내달리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노선영은 이들보다 4초 정도 늦게 들어왔다.

이때부터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팀추월은 가장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경기로, 선수들 간 협동심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에서 이들이 동료를 '버리고 가는' 행태를 정상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김보름의 경기 직후 인터뷰였다. 김보름은 4강 진출 실패 원인을 노선영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팀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종목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김보름은 이날 발언으로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김보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 배후에서 빙상연맹의 조직적 힘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한 종목에서의 해프닝이 빙상연맹의 구조적·고질적 문제로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팀추월 사태를 비롯한 각종 빙상계의 문제들은 빙상연맹과 깊숙이 닿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논란의 배후 중심 인물로 전명규 부회장이 지목됐다.

이날 방송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전 부회장이 각종 메달로 혁혁한 실적을 올려왔다는 점이다. 물론 메달 획득이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 이를 통해 빙상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한 전 부회장의 공을 폄하할 순 없다.

하지만 메달 획득이 곧 국위 선양이라는 명제 아래 선수들이 강요된 희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올림픽 단 한 순간을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희생하는 것을 요즘 국민은 원하질 않는다.

게다가 전명규 부회장은 지난 십수년간 빙상계의 전권을 틀어쥐었고, 이에 불응한 관계자들에게는 철저한 보복 조치가 내려졌음이 드러났다. 감시 없는 절대 권력의 전형적인 부패 사례인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 부회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 글도 올라온 상태다.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 부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빠르게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는 빙상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에서 기인한다. 스포츠를 스포츠 자체로 보지 않고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선수들이 희생하는 폐단과 제2, 제3의 빙상 실세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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