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고지서 '수북'…증평 모녀 죽음 두 달간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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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04-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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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ㆍ수도 등 수개월 째 미납

[사진=연합뉴스]


남편과 사별하고 빚에 쪼들리던 40대 여성이 네 살 난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지나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15분쯤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씨(46·여)와 딸 B양(4)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딸은 안방 침대 위에, A씨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A씨가 4개월째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볼 때 적어도 2개월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숨진 뒤 딸을 혼자 키우는 것이 정신적이나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A씨의 유서도 발견됐다. A씨는 2015년부터 민간 임대인 이 아파트 32평에 보증금 1억2500만원, 월세 13만원을 내고 살았다. A씨 가족 차량 3대 중 2대가 A씨의 소유였지만 남편이 사업하면서 진 빚을 갚기 어려워 빚 독촉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확인한 A씨 아파트 1층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료와 각종 공과금 체납 고지서가 20통 가까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A 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다. 임대보증금도 있고 차량도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딸에게 지급되는 월 10만 원의 가정양육 수당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복지사각지대에서 외부의 별다른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증평군 관계자는 “A씨가 지자체에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 취약 계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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