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진 '길 위의 에세이'] 이구아수 폭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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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진 논설고문
입력 2018-04-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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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쪽 산책로에서 바라본 이구아수 폭포. 왼쪽이 브라질, 건너편이 아르헨티나 쪽이다. 양쪽 끝이 만나는 지점이 '악마의 목구멍'이다. 멀리 물보라가 피어 오르는 곳이다. ]

[공원 약도. 약도엔 나와 있지 않지만 강 건너 아르헨티나 쪽에 폭포 물줄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관리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브라질 쪽 폭포는 구간이 짧다.
폭포 전체의 20% 정도만 브라질 쪽에 있다.
짧은 대신 규모가 크다.
'악마의 목구멍'에 가까워서 그런지 물줄기 폭이 넓고 수량도 엄청나다.
브라질 쪽 산책길은 강 하류에서 출발해
아르헨 쪽 폭포들을 한바탕 둘러본 뒤
브라질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강물 위 구릉 다리로 연결된 전망대에선 '악마의 목구멍'을
아르헨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르헨 쪽은 산책길도 길고, 보트 타랴, 기차 타랴 하루도 짧지만
브라질 쪽 폭포 감상은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브라질 쪽이 더 맘에 든다.
폭포의 80%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 쪽 물줄기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서다.
아르헨티나 쪽에선 폭포를 가까이서 '체험'했다면
브라질 쪽은 멀리서 전체 그림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마치 높은 곳에서 숲 전체를 조망하는 느낌이랄까.
특히나 하루 전 아르헨에서의 흥분이 어느 정도 가신 뒤라
환상의 폭포 쇼를
보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깊숙이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산책길 곳곳에서 만난 코아티. 관광객의 핸드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쪽 산책로에서 바라본 아르헨티나 쪽 폭포 물줄기들.]

[아르헨티나 쪽 폭포 중간지점. 옅은 무지개가 걸쳐있다.]

[강물이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 아르헨티나 쪽.]

[폭포를 거쳐온 강물 위로 무지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산책로 중간 전망대. 역시 아르헨티나 쪽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왼쪽 끝부분이 '악마의 목구멍'.]

[왼편에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가 시작된다. 가운데 다리는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 가는 길. '악마의 목구멍'은 물보라가 워낙 짙게 피어올라 사진을 찍어도 뿌옇게 나온다.]

[위에서 바라본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오른쪽 옅게 보이는 폭포는 아르헨티나 쪽이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의 위용. 옆에서 보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에 다리가 후들거려진다.]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건 대부분 물이 있어서다.
설산(雪山), 빙하(氷河)는 물론
바다와 피오르드, 호수, 강과 계곡까지
모두가 물이요, 물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물 자체로 아름답거나
물이 곁들어져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폭포는 물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의 결정판이다.
이구아수는 특히 그렇다.

물을 특히 사랑한 이는 노자(老子)다.
물처럼 살라고 가르쳤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도덕경 8장 : 도올 김용옥 해설>

노자는 물 흐르듯 사는 것이야말로 도의 경지라고 강조한 뒤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어라'라고 끝을 맺는다.
남을 탓하지 않고 허물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삶.
가평에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하자
친구가 이 귀절을 따서 '무우당(無尤堂)'이라는 옥호를 선물했다.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몸가짐을 추스리곤 한다.

노자는 또 이렇게 물을 노래했다.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莫之能勝 … 弱之勝强 柔之勝剛…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막지능승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없다.
그런데 단단하고 강강한 것을 치는데 물을 이길 것은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기니…'
<도덕경 78장: 도올 김용옥 해설>

柔弱勝剛强
(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이 구절을
폭포 앞에서 새삼 떠올린다.
응축됐던 분노의 폭발이랄까
유약한 물의 변신이 무서울 지경이다.

천둥 같은 포효와 천군만마의 기세를 막아설 자 누군가.
물론 노자는 물의 괴력(怪力)을 말하려던 건 아니었다.
부드럽고 유연한 물의 기질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무위(無爲)의 삶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자기만 옳다는 강강(剛强)파 못난이들이 판쳐
세상이 하 어수선하고 피곤하다 보니
폭포수의 굉음이 세상에 던지는 준엄한 경고음처럼 들린다.

"물의 지혜-양보하고 포용하는 유약(柔弱)의 미를 외면한다면
폭포로, 쓰나미로
물이 내리는 무서운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니라~."

강물은 한바탕 성깔을 낸뒤
밑으로 떨어져선 다시 순한 기질로 돌아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임한다.
소리없이 유유자적 흘러 바다에 닿는다.

어젯밤 묵은 숙소는 브라질 쪽 폭포 관광 전초기지랄 수 있는
포스두이구아수 시내에 있다.
폭포를 지나 18km쯤 하류에서 만나는
파라니 강변에 형성된 도시다.
강 건너편은 파라과이 땅.
폭포를 포함하여 원래 이 지역은 파라과이에 속했으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3국 동맹군에게
파라과이가 패하면서
지금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소유가 됐다.
1870년대의 일이다.
이 지역을 차지한 브라질-아르헨티나는 협약을 맺고
원주민 노예장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영화 '미션'의 줄거리다.

[이구아수 폭포를 지나온 강물이 햡류하는 파라니강. 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브라질, 오른쪽이 파라과이다. 강 하류는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경계다. 파라니 강은 수천km를 흘러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 ]

[남미 지도. 구글 지도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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