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A군을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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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기완 기자
입력 2018-04-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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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A군 검찰수사 앞두고 '투신자살'

18000원의 범죄가 10대 소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해 주위를 안타깝게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세종경찰과 대전경찰에 따르면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 A군이 지난 1월 친구와 함께 슈퍼마켓에 침입해 4500원짜리 담배 4갑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건발생 두 달 후인 3월 4일 A군은 스스로 경찰로 찾아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같은 달 16일 대전지검으로 송치했고, 검찰 조사는 같은 달 30일 대전지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A군은 검찰 조사 5일 앞두고 대전엑스포 인근의 강물에 투신했다. 담배 4갑의 절도행위가 결국 A군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것이다.

이 가운데 경찰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찰은 A군을 조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경찰관 직무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A군은 지난 1월 1일 새벽 친구와 함께 문이 잠기지 않은 슈퍼 안에 들어가 담배 4갑을 훔친 혐의다. 슈퍼마켓 주인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3월 1일 친구를 먼저 입건해 조사를 벌였고, 같은 달 4일 A군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했다. 적용된 혐의는 특수절도다.

경찰의 실수는 이때부터다. 4일 조사를 받으러 경찰로 출석한 A군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동석해야 한다. 담당 형사는 A군의 어머니와 통화를 했고, 정말로 A군의 어머니인것 인지 후속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A군 어머니라고 경찰과 전화통화를 한 사람은 다름아닌 A군의 여자친구였다.

담당 형사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신뢰하고 절차를 밟았고, 12일 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게 된다. 실수는 여기서 또 발생한다. A군에 대한 피의자 조사 이후 검찰 송치까지 경찰은 단 한번도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A군의 학교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가족과 학교도 모르는 사이 A군은 그렇게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으로, 심적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A군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가족과 교사 등에게 알리는 절차가 선행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A군 아버지가 언론에 보내온 탄원서에는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과 분노과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조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의지할 사람도 없이 홀로 경찰조사를 받으며 괴로워했을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전했다.

아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고3이라 힘들어 하나보다라고 생각했고, 힘내라는 격려의 말 밖에는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A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의 품에 안길 때 까지도 이런 범죄 혐의를 받으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분노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A군이 범죄를 저질렀다하더라도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경찰이 성의있게 조사에 임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실적위주의 경찰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처벌에만 목적을 두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10대 청소년을 단지 조사 대상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2명 이상이 벌인 범행이어서 원칙에 따라 특수절도죄를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경찰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철문 세종경찰서장도 "이유를 불문하고 어린학생이 이런 사건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경찰이 미흡했던 부분도 잘 찾아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경찰청 감찰반도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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