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재구성] 레드벨벳이 보여준 '진짜' 평양냉면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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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4-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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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스플레인' 종결한 옥류관 냉면 사진…다대기·식초·겨자·쇠젓가락 모두 OK

2일 오후 평양 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에서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원인 걸그룹 레드밸벳이 냉면을 먹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하는 운암정 주인 오봉주는 손님들에게 평양냉면 먹는 순서를 이렇게 설명한다. 간을 하지 말고 생육수를 세 번에 걸쳐 천천히 마신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사이사이에 식초나 겨자를 넣는다. 고명과 함께 면을 먹은 다음, 마지막으로 편육을 먹는다.

유독 평양냉면은 먹는 법부터가 까다롭다. '면스플레인('맨스플레인'에 빗대어 냉면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참견하는 것)'이나 '평냉부심(평양냉면과 자부심의 합성어)', '평냉 힙스터' 같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개 이들은 육수에 양념을 하거나 쇠젓가락으로 냉면을 먹는 것을 이단으로 취급한다. 간을 하면 있는 그대로의 육수 맛을 느낄 수 없고, 금속이 닿으면 면의 맛이 변한다는 주장이다. 유명한 노포의 이름을 거론하며 등수를 매기는 것도 이들의 일상적인 취미다.

논란을 종결지은 것은 걸그룹 레드벨벨의 사진 한 장이다. '남북평화 협력기원 평양 공연'에 남측 예술단 일원으로 참가한 레드벨벳은 지난 2일 옥류관에서 '진짜' 평양냉면을 먹었다. 국빈급 손님들을 모신다는 옥류관에서 본토의 냉면을 먹는 방법은 평냉 힙스터들의 고정관념과는 달랐다.

사진 속 레드벨벳 멤버들의 식탁 위에는 다대기 양념은 물론 식초와 겨자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젓가락 또한 '쇠젓가락'이었음은 물론이다.

함께 옥류관 냉면을 맛본 가수 백지영은 "냉면도 공연만큼 중요하게 생각했었다"면서 "기대 이상"이라고 호평했다. 평양을 세 차례나 방문했던 가수 최진희 역시 "음식 맛이 예전에 비해서 양념이 좀 강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이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는 그동안 '음알못(음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몰린 이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한 트위터리언은 "트위터에만 평양냉면 전문가가 5000만명쯤 되는 것 같다"면서 "무슨 냉면 한 끼 먹는데 매뉴얼이 팔만대장경급"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진짜 평양냉면 먹고 살아 돌아온 레드벨벳 모시고 국내 냉면집 재평가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진정한 평양냉면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걸까. 지구본을 돌리기보다는 마음속을 찾아보자", "냉면의 혈통을 따지기보다는 역시 내 앞의 냉면에 충실한 게 올바른 맛의 추구가 아닐는지" 등 내면의 만족을 추구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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