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곽도원의 '위드유', 어쩌다 '진흙탕 싸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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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3-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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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작은 ‘미투 운동’이었다. 한 네티즌이 연희단 거리패 소속이었던 배우 곽도원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것이다. 이에 곽도원은 즉각 반박, “허위 사실이지만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고소하지는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곽도원은 ‘미투 운동’의 축소를 우려해, 피해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위드유’ 운동에 동참했으나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곽도원 소속사 임사라 대표가 피해자들을 ‘꽃뱀’에 비유, 금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이윤택 피해자 중 한 명인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 이재령 대표는 “피해자들의 마음과 진실을 왜곡했다”며 분노했다.

엇갈리는 주장에 대중들은 혼란을 느껴왔고 진실공방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이쯤 되자 임사라 대표가 증거로 가지고 있다는 녹취록과 문자 내역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미투’, ‘위드유’ 운동은 변질됐고 또 위태로워졌다. 곽도원과 피해자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자 대중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제3자인 박훈 변호사가 끼어들며 상황은 더욱 엉망진창이 됐다.

박훈 변호사는 임사라 대표에게 “18년 차 변호사로서 충고하는데 어설픈 짓 그만하시게나. 안타까워하는 말이네, 자네는 아주 몹쓸 짓을 했다네. 곽도원이 자네를 지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곽도원을 아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네. 그만 사과하고 물러나게나”라며 비난 글을 올린 것이다.

이에 지난 28일 곽도원은 침묵을 깨고 견해를 밝혔다.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라면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네 명의 실수는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이윤택씨에게 당한 일까지 거짓은 아닐 것”이라며 임사라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임사라 대표가 한 꽃뱀 발언은 미투 피해자들을 지칭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라고 해명하며 “저는 임 대표의 행동이 소속사 대표로서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곽도원은 박훈 변호사의 비난에 “만약 임사라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랑 1억 빵 내기하실래요? 제가 이기면 변호사님께 받은 돈으로 이윤택 피해자들과 101명 변호인단 모시고 소고기로 회식하겠습니다. 어떠세요? 콜? 만약 제가 이기면 끝까지 받아낼 겁니다. 마른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시죠?”라는 글을 더했다.

이 문제는 결국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 곽도원의 글에 박훈 변호사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곽도원이 나에게 도발했다. 곽도원아. 1억 걸고, 더하기 10억 하자. 녹취록 다 까고, 문자 다 까고 시작하자”라고 맞받아진 것이다. 특히 박훈 변호사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으며 욕설까지 쏟아냈다. 그는 “곽도원 개XX 결국 임사라를 보호하기 위해 나한테 1억 도발했다. 싸가지 없는 XX. 개XXXX 조용히나 있었으면 봐줄 만했지만 2004년부터 이야기를 꺼내게 한다. 아가야 베팅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 개XXXXX”라고 퍼부었다.

현재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는 해당 글들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임사라 대표 역시 ‘꽃뱀’ 발언을 지우고 논란이 된 글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도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의 설전은 이어지고 있다.

박훈 변호사는 “나는 곽도원에게 싸움을 건 적이 없습니다. 임사라가,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들을 돈 뜯어내는 ‘꽃뱀’으로 몰기에 어이가 없어서 임사라한테 싸움을 걸었습니다. 곽도원이 왜 저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분들이 공갈인지 꽃뱀인지 하는 짓을 했다고 전혀 믿지 않습니다. 앞뒤 맥락 자르지 않는다면 충분히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만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진실게임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런 황당한 짓거리를 응징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습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곽도원에게 “그날 대화 자리 내용과 그 이후 문자와 녹취록 전부 까고, 시작해라. 그게 무엇인지 설명해 주마”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미투’ 폭로가 ‘꽃뱀’ 논란을 거쳐 억 단위 내기로까지 변질됐다. 피해자들을 걱정하고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자 했던 이들의 진심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를 일이다. 이들의 날선 설전에 대중들은 피로감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상황. 진정으로 피해자들을 걱정하고 성추문을 뿌리 뽑고자 한다면 이 같은 ‘미투 운동’의 변질을 경계하고 본질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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