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골든타임' 지나서도 박근혜는 관저 침실서 '연락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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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해 기자
입력 2018-03-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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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아닌 정호성이 11차례 보고 받아

  • 朴, 靑서 최순실과 회의 뒤 중대본 방문

  • 檢, 김기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가능한 마지막 시간인 '골든타임'이 지나서도 관저 침실에 머무르면서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 및 지시는 모두 골든타임(오전 10시 17분)이 지난 후에 이뤄졌고, 이후 보고도 실시간으로 행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DB]


◆ 朴, 사고 발생 1시간 22분 뒤 침실서 나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 침실에 머무르다 참사가 발생한 오전 8시 58분 이후 1시간 22분이 지나서야 침실에서 나왔다. 

당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 이후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 실무자들이 작성한 상황보고서 1보의 초안을 전달 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로 사고 내용을 보고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 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말한 후,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신 전 위기관리센터장은 오전 10시 12분~13분께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한 후 전령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병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상황병은 지시에 따라 센터 상황실에서 관저 인수문까지 뛰어가 오전 10시 19분~20분께 관저에 근무하는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모(71·여)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 김씨는 평소와 같이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뒀다. 

김 전 실장은 위기관리센터로 내려가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재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이때도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전 비서관은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은 후 이영선 제2부속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오전 10시 12분께 청와대 본관 동문으로 나가서 준비한 승용차를 이용해 관저로 간 후, 오전 10시 20분께 내실로 들어가 침실 앞에서 수차례 박 전 대통령을 불렀고, 박 전 대통령은 그 소리를 듣고 침실 밖으로 나왔다. 

안 전 비서관이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보고하자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후 침실로 들어가 2분이 지난 10시 22분께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시각엔 이미 골든타임이 경과해 선체가 침몰한 상황이었다. 

◆ 박근혜 아닌 정호성이 11차례 보고 받아

검찰 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와 저녁 시간 단 두 번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정무수석실)에서 오전 △10시 36분 △10시 57분 △11시 28분 △12시 5분 △12시 33분, 오후 △1시 7분 △3시 30분 △5시 11분 △8시 6분 △8시 50분 △8시 9분 등 총 11차례에 걸쳐 본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즉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오후와 저녁 시간 각 1회씩 그때까지 수신된 보고서를 일괄 출력해 전달했다.

또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서면 보고를 받은 시간은 오전 10시 19분~20분 이후로, 이는 당시 청와대가 구조 가능한 마지막 시간인 '골든 타임'으로 본 오전 10시 17분을 이미 넘긴 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처음으로 전화 지시를 한 시간은 오전 10시 22분께였다.

이는 그동안 당시 청와대가 골든타임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사실이다.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최초 서면 보고를 받았고, 오전 10시 15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구조 관련 지시를 했으며, 오전 10시 22분 다시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 후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에 걸쳐 서면 보고를 받았다고도 강조해왔다.
 

[사진=아주경제DB]


◆ 朴, 靑서 최순실과 회의 뒤 중대본 방문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를 방문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과 함께 세월호 사고 관련 회의를 한 뒤 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조사 등에서 참사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 외에 외부인이 관저를 방문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참사 당일 오후 2시 15분께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를 타고 검색절차 없이 소위 'A급 보안 손님'으로 관저를 방문했다. 또 최씨의 관저 방문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그 전에 관저로 와서 대기하고 있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세월호 사고 관련 회의를 한 다음 중대본 방문이 결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에서 상황보고를 받은 후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학생과 승객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뒤, 오후 6시께 청와대 관저로 복귀 이후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검찰은 이 전 행정관이 운전한 업무용 승합차의 남산1호터널 통과내역과 이 전 행정관의 신용카드 내역을 단서로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과 이영선 전 행정관, 관저 근무 경호관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조사 거부로 당시 최씨의 주된 관저 방문 목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날 최씨의 관저 방문은 박 전 대통령과 사이에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김기춘 등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시각 조작과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불법 변경 관련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은 적법한 대통령 훈령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된 '국가위기관리지침' 3조 등을 볼펜을 이용해 두 줄로 삭제하고, '안행부가 컨트롤타워'라는 취지를 손글씨로 기재해 수정했다. 이후 65개 부처와 기관에 공문을 시행해 보관 중인 지침을 위 내용대로 삭제·수정·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검찰은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허위 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 변개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또 위 범행에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이 가담했다고 보고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차장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및 기소 중지하고, 현역 군인인 신 전 센터장은 군 검찰로 이송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행적에 관해 허위 증언한 윤전추 전 행정관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은 이 사건 수사의뢰 전인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면서 현재 검찰의 귀국 및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김 전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고, 지난 22일 기소 중지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등을 통한 송환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전 센터장은 현역군인(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으로 국방 검찰단에 사건을 이송해 사법처리하도록 했다"며 "불구속기소한 피의자들이 범행 동기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신문과 방대한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필요해, 향후 집중적 공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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