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국제시장에서 공개 경쟁하는 유일한 분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25 15: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 국가적 지원 없이 생존 어려워

  • 선박금융 등 자생적 발판 마련 중요…금융논리 줄여야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


해운산업은 국제시장에서 공개 경쟁하는 유일한 분야다. 일반적으로 해운업을 제조업이나 장치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해운업은 ‘해상운송 서비스산업’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해운업이 생존해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운업 경쟁력을 상실하면 향후 국제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해운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며, 정부가 해운정책 방향을 잘 잡아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해운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해운산업은 말 그대로 해상운송 서비스산업이다. 2007년엔 매출이 50조원을 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교역이 급감한 이래 매출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매출이 30조원에 달하는 운송산업이다.

운송에 필요한 선박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산업의 전방위 산업이기도 하며, 1000억원을 넘기도 하는 선박건조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금융 산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운산업이 무역의 파생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해운산업은 무역 인프라로 교역을 창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고품질의 저렴한 운송서비스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국제교역에서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필수요소다.

우리나라는 이미 교역 1조 달러를 돌파한 세계 8위권 무역대국이다. 국제교역 없이 한국경제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바다를 통하지 않고는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지리적 조건이 더해졌다. 해운산업이 왜 중요한지 입증하는 대목이다. 해산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한다면 중요성은 무한하다고 봐야 한다."

- 우리나라 해운정책에 대한 장점과 단점에 대한 견해는.

"해운산업은 국제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우리 해운산업도 매출의 70~80%를 해외 화주들에게 운송서비스를 수출해 소득을 벌어들인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개별 선박회사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각국이 자국 상선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활발한 정책적 지원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책경쟁으로 국제교역에 종사하는 선박은 취득이나 유지에 들어가는 조세가 면제된다.

해상운송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도 일반 법인세와 전혀 다른 파격적인 조세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정부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우리 해운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해운정책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것으로, 정부가 일찌감치 선박을 운항하는 인적자원인 해기사 양성에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운항할 수 있는 선박도 변변치 않은 해방 직후에 해기사 양성을 위한 해양대학을 국립으로 개교한 것이다. 이후 병역의무를 승선근무로 대체하는 해군예비원령이라는 지원을 통해 해기사 양성을 지원한 부분이다.

이런 해기인력 덕분에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키워진 우리 상선대를 무리 없이 운항할 수 있었다.

해외 화주에게 우리 해운서비스를 수출하는 세계 5위 해운국가를 건설하는 밑바탕도 해기사 육성이다.

아쉬운 점으로는 해운금융정책이다. 금융만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가치를 살릴 수 없으며, 재원의 최적분배라는 본연의 역할이 살아나지 않는다.

산업을 위해 금융이 있는 것이지, 금융이 있기 때문에 산업이 있다는 생각은 언어도단이다. 산업 성장을 우선 생각하는 금융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다른 한 가지는 재벌기업의 물류자회사에 대한 정부정책이다. 거대 재벌기업은 그룹 내부에서 운송해야 할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재벌기업마다 운송기업을 자회사로 설립, 그룹 내 계열회사 간 운송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배가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물류 전문업체에 돌아가야 할 일감까지 덤핑으로 빼가는 것이 현실이다.

재벌대기업과 더불어 중견‧중소기업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 부재하다."

- 정부가 해운산업 재도약을 위해 중장기계획을 수립 중이다. 향후 방향성에 대한 조언한다면.

"사라진 한진해운을 다시 세우는 내용이 중장기 계획의 중요한 한 꼭지가 될 것이다. 세계 해운산업 정기선 분야는 극한적인 경쟁으로 점차 과점화하는 상태다.

반면 우리는 한진해운 사태를 겪고도 현대상선과 SM상선의 원양 2사, 그리고 한‧일, 한‧중, 동남아시아 항로에서 12개사가 경쟁하는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계획에는 이런 체제를 탈피할 수 있는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

또 7월 창립을 앞둔 해양진흥공사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취약한 자본금을 튼튼하게 키워갈 장기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해운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조선산업 지원에 경도된 수출입은행이 해운산업 지원에 방점을 찍는 정책도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