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지원 프레임에 갇힌 정부…예견된 구조조정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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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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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업 ‘민간기업’으로 치부한 박근혜 정부의 오판

  • 정치적 희생양 된 해운업…공든 탑 다시 세울 수 있나

 

“우리나라 해운업은 지난 50년간 국가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해운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는 한진해운을 사지로 몰아넣고 다시 재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결국 빈약한 금융지원만 되풀이한 채 성과 없이 바통을 넘겨줬다.”

지난 30년간 해운업에 종사했던 한 원로는 현재 한국 해운업의 미래를 걱정하며 전 정부의 안일한 해운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 원로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해운업 종사자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국 해운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해운업은 특성상 분명한 국가전략 산업인데, 정부가 스스로 해운산업을 ‘민간 기업’으로 규정한 것이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전 정부의 부실한 해운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6월 후보자 시절 장관 청문회 질의서에서 이같이 답변했다.

당시 그는 “기간산업 특성을 간과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부족 등 미흡한 대처, 안정적인 해운금융시스템 미비 등이 작용해 해운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해운업을 ‘상사’로 인식했다. 그동안 잘나가던 해운업이 수출 부진으로 주춤하자, 해운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하고 시장을 뒤흔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부실기업을 정리하겠다는 내용이지만, 내면에는 정치적 개입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등 주요 정부 관계자들도 한진해운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부가 해운업에 대한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해운업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해운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말한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외항선사 100여개가 폐업했다.

대표적으로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현대상선이 채권단 관리를 받는 실정이다. 팬오션은 법정관리 끝에 하림에,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도 같은 절차를 거쳐 SM에 인수됐다.

2008년 52조원에 달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내부적으로 정부의 실패한 구조조정 정책이라는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해양정책 컨트롤타워인 해양수산부를 폐지했다. 이때부터 해운업은 이미 정부 눈에서 멀어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역시 채권 회수에만 집착했다. 한진해운 파산도 이런 논리를 앞세워 진행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운업이 부침을 겪자, 업계는 더 이상 정치적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제안한 ‘해운백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해운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립, 세계 흐름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운 관련 한 전문가는 “해운정책은 명확해야 한다. 정부가 해운업을 민간기업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정책적 부재다. 현재 수립 중인 중장기 해운정책도 언제 정치적 개입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며 “해운백서를 통해 정치적 환경이나 정부가 바뀌어도 국제시장 흐름에 맞춘 원포인트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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