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입지보다 공간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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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8-03-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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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상가 살리기 통해 제2의 경리단·망리단길 만들기 고민

  • 임차인과 상생하는 '수수료 매장' 방식도 고려해봐야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이 25일 서초구 양재동 서희타워 10층 상가정보연구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가 투자'의 접근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과거에는 상가 투자의 성공이 입지 좋은 상가를 싸게 고르는 데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가 선택한 상가를 가치있게 만드는 방법이 투자 성공에 더 중요해졌습니다."

상가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 관련 자료분석과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상가 투자에서 입지가 차지하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는 "이태원 경리단길과 망원동 망리단길의 경우 입지 조건보다는 공간에 대한 콘텐츠의 활성화로 인해 광역상권으로 올라선 것"이라며 "과거 배후수요와 유동인구가 상권 활성화에 필요조건이었다면 이제는 접근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상권 형성에서 공간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금도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더라도 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많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 그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은퇴자들의 안전장치로 자리매김

박대원 소장의 상가정보연구소는 매월 유망한 상가를 소개하고 투자기법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상가를 고르는 안목도 키우고 혼자 가보기 불편했던 유망 상가 현장을 함께 둘러보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박 소장은"세미나를 진행하면 참가 인원의 절반 이상이 50~60대 이상 은퇴예정자들이나 은퇴자들"이라며 "제2의 직장을 갖더라도 안정장치 차원에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상가 수익률은 은행 금리보다 2~3배 높은 5~6% 수준이지만 이 같은 수익률에 맞춰서 투자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상가들을 분석해보면 초기 임대료보다 하향조정된 곳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는 상권이 위축돼 공실기간이 길어지거나 유사업종의 등장으로 임대료가 하향조정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이처럼 상가상품 자체가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진입 문턱이 높다는 것도 반드시 투자 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파트 등 주거상품에 대한 정보는 금융기관에서도 내고 국토부에서도 명확히 통계를 내는데, 상가는 사실 지금도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호수나 층마다 다르고, 각각의 물건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투자자들은 이런 정보들을 쉽게 얻고 싶어하는데 편향된 답으로 시장을 보면 그것 때문에 선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규칙성이 없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정해진 답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죽은 상가 살리기··· 스마트한 공간구성이 '해답'

박 소장은 이처럼 상가 투자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임대수익이 높게 나올 만한 기획을 통해 테마를 잡고 콘셉트를 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상가를 고르는 방법인 배후수요와 유동인구 등을 통한 상가 투자만으로는 예상수익률을 가져가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활성화되지 못한 상가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소에 일임해 마냥 임차인이 채워지길 기다리거나 임대료를 하향조정하는 방법밖에 생각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소비층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입지라면 목적형 상가를 유치하는 방법도 좋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방이나 전문음식점, 노래방, PC방, 미용실 등이다. 그는 "임차인은 상가 가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면서 "어떤 임차인이 들어오고 어떻게 협력하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응용된 임대차계약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게 박 소장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매출에 비례해 임차료를 내는 '수수료 매장' 형태 등이다. 박 소장은 "임차인과 상생 개념에서 상가 수익을 같이 만들어가고 고민하는 것"이라며 "상권 활성화를 통해 높은 가격에 되팔거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애기"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경기침체로 오랜 기간 공실 상태로 있거나 상가 활성화에 실패한 이른바 '죽은 상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죽은 상가는 월세 수입이 없거나 적어 대출이자나 관리비, 제세공과금 등 유지관리 비용 부담이 크다. 죽은 상가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나 죽은 상가를 살릴 수는 없는 법. 박 소장은 "부동산 관점에서 상가를 보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SNS로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심 건물의 상층부에 공실이 발생했다면 싸게 매입해서 프리미엄 독서실이나 공유형 오피스를 조성하는 방법 등이다. 외국인 수요가 풍부한 압구정·신사·명동역 인근이라면 외국인 임대 수요를 끌어오는 원룸하우스나 게스트하우스 콘셉트를 고려해볼 수 있다.

투자자의 경우 같은 투자비용이면 1층보다는 상층부를 선택해 공간을 넓게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콘텐츠 적용이 쉽기 때문이다. 그는 "공간 활용에 무게를 두고 내가 직접 창업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죽은 상가를 회생시킨 사례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11년째 상가정보 연구에 매진··· 선진사례 국내 도입 계획

박 소장은 2006년 상가정보연구소를 만든 이후 11년 동안 밀도 있는 시장 연구와 함께 수익형 부동산 전반에 걸쳐 현실적인 대응과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는 "연구기관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하면서 현장과 투자자들의 만남을 꾸준히 하기 위해 세미나와 설명회를 매달 진행하고 있다"며 "경리단길과 망리단길 등 광역상권이 형성된 이유와 해당 지역의 업종별 수익 등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복합상업시설의 상가 구성 등 해외 선진사례를 국내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박 소장은 "스타필드와 라베니체, 아브뉴프랑 등 복합상업시설이 국내에 많이 도입됐다"며 "이미 활성화된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상권 형성과 구성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중장기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신개념의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상가투자의 교과서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놓고 임대만 주면 된다는 '운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 혹은 주변 상가와 같이 키워가는 관점에서 상가 투자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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