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개헌<상>] "시작은 박정희 제도화는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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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3-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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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정부, 토지공개념 처음 거론… 노태우 정부, 개발이익환수제·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 '3법' 도입

  • -'IMF 위기' 김영삼·김대중 정부 거치며 퇴색… 참여정부,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 추진

 


문재인 정부가 지난 21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 명시하면서 토지공개념이 부동산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공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과 '불평등 해소'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토지공개념의 사상적 기원은 19세기 미국 정치·경제학자인 헨리 조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저서인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로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모두 없애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세금으로 걷는 토지단일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토지에서 얻는 금전적 이익을 모두 불로소득으로 보고 이를 거둬 공공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토지공개념이 부상했지만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다.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농지개혁법이 토지 형평성 원칙을 처음으로 적용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헌 헌법 제86조에는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시돼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정부는 소작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토를 사들여 농민들에게 유상으로 분배했다.

토지공개념이란 단어가 처음 거론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1960년대 산업화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부동산에 투기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 후반 들어 경부고속도로 건설, 서울 강남 개발 등으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급증했다. 박정희 정부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1967년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준공 기념식[사진=국가기록원 홈페이지]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중동건설 특수로 대거 유입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 상황이 이렇자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토지의 사유 개념은 시정돼야 한다"며 "토지의 공개념에 입각한 각종 토지정책을 입안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1978년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인 '8·8조치'에서 토지공개념 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만 실제 정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토지공개념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던 1980년대 말이다. 1988년 전국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27%에 달했고 이듬해에는 32%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이라고 불리는 개발이익환수제·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했다.

개발이익환수제는 택지 개발로 인해 지가가 상승할 경우 일정 금액을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택지소유상한제는 가구당 661.15㎡(200평)를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개발 사업으로 유휴 토지의 땅값이 올라 초과이익을 얻으면 그만큼 세금으로 환수하는 법이다.

하지만 개발이익환수제를 제외하고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으면서 폐지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크기 위축됐던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없어진 것도 이 시기다.

이후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주택거래허가제 등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제도를 추진했다. 하지만 주택거래허가제는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도입하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가구별 합산 과세 방식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어 원래 취지보다 후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토지공개념을 아예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그동안 반복됐던 위헌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헌법에서도 해석상의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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