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신간습격]지금 30년뒤를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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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T&P 대표
입력 2018-03-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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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45년 인간은 처음 겪는 '특이점'세상으로 진입한다는 이 책

['AI가 인간을 초월하면 어떻게 될까' 책 표지.]



[AI가 인간을 초월하면 어떻게 될까 - 사이토 가즈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마일스톤, 2018년]

지금부터 2년 뒤, 우리 인간은 중요한 '대변환기'의 예고편을 만난다. 이것을 일본의 슈퍼컴퓨터 개발 전문가인 사이토 모토아키는 '엑사스케일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사전 특이점(PRE-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즉 지금부터 27년 뒤인 2045년에 올 특이점의 서곡이라는 얘기다. 

최근에 등장한 미래 예측서들을 일본인답게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2045년이란 시점은 '특이점이 다가온다'(2005)를 집필한 레이 커즈와일이 제시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과연 그렇게 빨리?'라는 의문으로 저 시점을 바라보고 있기에, 이 책은 그것이 과장된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보여준다. 

2045년 특이점을 환기한 사람은 소프트뱅크의 CEO 손정의다. 2016년 6월 AI와 관련한 강의에서 그는 "특이점이 오면 내가 해야할 일이 조금 더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이점의 등장을 반드시 보고싶다"고 말하면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대체 특이점이 무엇이길래, 손정의가 그 현장에 있고 싶다고 말했을까.

10년 뒤에는 컴퓨터가 인간 뇌의 집적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6리터의 상자 안에 인류 70억명의 두뇌 총량과 비슷한 성능의 컴퓨터를 집어넣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 이후 컴퓨터의 진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2030년대에 인류 두뇌 총량의 10억배가 되는 컴퓨터 성능이 진화를 계속한다고 본다면, 기계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을 점검하는 '튜링테스트'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다. 커즈와일 자신도 특이점 시대에 무엇이 등장하고 어떤 영향력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인간의 손을 떠나 과학기술을 진화시키는 시점인 특이점에서 생겨날 일을 인간이 예측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림을 그려볼 수는 있다. GNR혁명이 그 키워드다. 유전학(Genetics)혁명과 나노기술(Nano technology)혁명과 로봇공학(Robotics) 혁명을 말한다. 유전학 혁명은 질병과 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노기술 혁명은 모든 제조업을 3D프린터로 바꿔버리는 일이다. 원자로 환원시켜 프린터에서 그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공장과 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로봇공학은 딥러닝을 하는 기계가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일이다. 우리보다 더 똑똑하고 갈수록 더 지혜로워지는 기계와 살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혁명의 전날 밤을 우린 보내고 있는 셈이다.

변화는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찾아온다. 기하급수는 곱절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종이를 51회 접으면 그 두께가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와 비슷해진다는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기하급수의 법칙이 우리 앞의 변화들에 적용된다. 6D 이야기는 공포소설처럼 간을 쫄깃하게 한다. 디아만디스가 제시한 기하급수의 6D는 이렇다.

첫째 디지털화. 주판도 일종의 디지털화다. 연속된 양이 아니라 양을 하나하나 떼어서 세는 방식이 디지털이다. 달력도 일종의 디지털화이다. 이렇게 느리게 시작한 디지털은 어떻게 바뀌는가.

둘째 디셉션으로 진화한다. 디셉션은 잠복기라고도 설명하는데, 일종의 속임수나 위장같은 것이다. 즉 디지털이 처음에는 우습게 보인다. 속으로 진화를 시작했는데도 거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설마설마가 사람 잡는 게 디지털이었다.

세째는 파괴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일본의 휴대폰이 졸지에 시장에서 퇴출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넷째는 무료화(Demonetization)다. 공짜가 되어버리는 것은 기술이 낳은 상품이 아니라 그 이전의 상품이다. 디카가 필름카메라를 밀어내고, 에어비앤비가 호텔을 밀어낸다. 우버가 운송업계를 공짜로 만들어버린다.

다섯째는 진화하는 자기 자신도 디지털 속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이걸 무형화(Dematerialization)라고 한다. 지금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전화기, 녹음기, 게임기, 텔레비전, 씨디플레이어를 발견할 것이다.

여섯째는 민주화다. 값비싼 물건과 기술들이 대중 속으로 거의 무료로 들어간다. 지금 현실의 문제가 되어 있는 가상화폐 혼란 또한 화폐민주화가 만들어내는 현기증 같은 것이다.

디아만디스는 "직선적 사고만 하는 인간에게, 6D는 여섯 명의 죽음의 신"이라고 일갈한다.

이 책은 우리가 곧 겪게될 미래를 쉽고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미래로부터 온 긴장감이 영혼을 휩쓰는 기분에 압도당한다. 그런 기분이 싫다면, 이건 지나치게 리얼한 공포영화와 같을지 모른다.<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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