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칼럼] 美 경기 정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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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3-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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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교수]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올해 3월까지 105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 정점 이전에 주가가 먼저 하락하면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주식시장 동향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경기 확장국면에서 주가가 경기를 과대평가해온 만큼 경기 정점 이후에는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 경제는 1945년 이후 11차례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이 기간 동안 확장국면은 평균 58개월이었다. 이번 경기 확장국면은 과거 평균보다 훨씬 더 길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베트남 전쟁이 있었던 1960년대의 106개월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보통신혁명 영향으로 미국 경기가 1991년 3월에서 2001년 3월까지 120개월이라는 역사상 가장 긴 확장국면을 보였는데, 이번 경기 확장이 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는가에 있다. 경제성장의 질적 내용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90년대 미국 경기가 장기간 확장을 보였던 이유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정보통신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미국의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다. 그 다음에 가계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까지 소비하면서 총수요 곡선 역시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경기 확장을 연장했다.

1980년대 연평균 1.5% 증가했던 노동생산성이 1990년대에는 2.1%(특히 1996~2001년에는 2.8%)로 높아졌다.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고,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를 ‘신경제’ 혹은 ‘골디락스 이코노미’라 불렀다. 가계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소비를 늘렸다. 가계의 소비 지출 증가로 총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경기 확장 국면이 더 연장됐던 것이다.

2009년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 확장도 외형상으로 정보통신혁명 때와 유사하다. 그러나 경기 확장 내용의 질은 좋지 않다. 1990년대는 생산성 증가로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셰일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이 그 원인이 됐다.

2009~2017년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1.3%에 그쳐 1980년대(1.5%)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2017년 평균 유가(서부텍사스유 기준)도 배럴당 51달러로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올해 들어 2월까지도 63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4%나 올랐다.

수요 측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2%였던 연방정부 부채가 2017년에는 104%로 늘어났다. ‘트럼프의 적은 미 의회이다’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부가 부실해졌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더 이상 확장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워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14년 10월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연방기금금리를 다섯 차례나 올리는 등 통화정책도 정상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 가처분소득의 135%였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에는 108%로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크게 늘 가능성도 낮다.

NBER은 경기 정점을 5~12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선언했다. 그만큼 현재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는지 혹은 수축국면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주가를 보면 경기 정점을 좀 더 일찍 알아낼 수 있다.

199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주식시장이 지난 다섯번의 경기침체 중 아홉번을 예측했다”고 했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주가의 경기 선행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1965년 이후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의 정점이 경기 정점과 동행하기도 했지만, 길게는 주가가 경기에 11개월 선행했다. 또한 경기정점 이후 주가지수가 평균 11개월에 걸쳐 23% 하락했다.

경기순환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확장기간은 길고 완만하게 진행되나, 수축기간은 짧고 급격한 기울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미국 경기가 오랫동안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경기 정점을 이야기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현재 발표되는 여러 가지 경제지표는 좋다.

그러나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의 주가 급락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경기 확장국면에서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로 주가가 경기에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 필자가 미국의 산업생산·소매판매·고용 등으로 주가를 회귀분석해 보면, 주가는 올해 2월 말 현재 경기를 30%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

1999년 말 이른바 ‘IT 거품’ 때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 주가가 경기 정점을 미리 말해줄 것이며, 경기 정점 이후는 주가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 정점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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