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정상회담 앞둔 북한, 왜 북유럽 국가들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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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
입력 2018-03-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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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스웨덴, 스위스 급부상

[북·스웨덴 외교장관회담/사진=연합뉴스]


남북회담, 북미회담을 앞둔 북한의 행보가 연이어 북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중요한 외교일정을 앞두고 왜 하필 북유럽과 대화하는걸까?
 
먼저 스웨덴은 현재 판문점에서 스위스와 함께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중립국 입장에서 한반도 정전 상황이 잘 유지되는지 감시하는 임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에 1973년부터 대사관을 열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은 북한에서 미국의 영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오토 웜비어 귀환 사건에도 개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인 인질 사건과 정상회담 관련 미국의 입장도 전달 받을 수 있고 또 자신들의 입장도 말할 수 있는 중간자로서 스웨덴보다 좋은 대화 상대는 없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르고트 발스트림 외교장관의 회담이 17일(현지시간) 오후 마무리됐다. 구체적인 회담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이틀로 예정됐던 회담이 하루 더 연장됨에 따라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이후 개최된 것이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스웨덴이 그동안 미국 등 서방 세계와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북미정상회담 유력 개최지로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서 로이터통신은 "스웨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수 있은 길을 열어주는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을 인용, "스웨덴이 회담 전 미국, 한국과 긴밀히 접촉해 왔으며 회담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완화에 더 많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스웨덴 정부는 앞으로도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 핀란드행/ 사진=베이징 연합뉴스]
 

핀란드도 비슷한 경우다. 한 나라의 정부 당국자들과 또 다른 나라의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자리를 1.5트랙 대화라고 하는데 북유럽인 노르웨이, 스위스, 핀란드는 전통적으로 1.5트랙 대화가 잦은 곳이다. 이들 국가들 모두 중립국이거나 중립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차관급인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전 북미국장이 지난해 5월 노르웨이, 9월에는 스위스에서 1.5트랙 대화에 참여했다. 같은 이유로 19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북한의 최강일 외무성 아메리카국 부국장이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1.5트랙 대화에 나선다.
 
또 중립국으로는 스위스가 가장 유명하다. 때문에 오는 5월 북·미 정상간 역사적 첫 만남의 장소로 영세중립국인 스위스 역시 급부상중이다.
 
스위스 정부도 북미 대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스위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린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 최적의 북미 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 외무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스위스는 모든 이해 당사국과 접촉하고 있다. 스위스의 회담 여건은 국제사회에 이미 잘 알려졌다. 언제, 어디서 회담을 열지는 관련국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중립국은 우리나라의 영화와 문학에도 등장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2000년 작 '공동경비구역JSA'에 나오는 이영애는 극중 스위스 국적으로 중립국 감독위원회 군 정보단 소령 소피 역으로 등장하며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고전인 최인훈의 1960년 작 '광장'에도 중립국이 나온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최인훈, 광장 중
 
이같이 중립국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과 잇달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 이 국가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외교협력이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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