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롯데家 ‘형제의 난’ 발발 3년…경영권 분쟁 막바지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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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3-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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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에도 입지 굳건…흔들림 없는 ‘신동빈의 롯데’

  • 2014년 신동주 日 롯데홀딩스 부회장 해임 형제경영 구도 무너져

  • 신격호 한정후견인 개시·롯데지주 출범 등 신동빈에 힘실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주경제 그래픽팀]


국내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지 3년이 지났다.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으로 시작된 왕자의 난이 그간 우여곡절을 거치며 제법 정리된 모양새다. 올해 2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2015년 왕자의 난 서막··· 형제 한·일 구도의 붕괴

왕자의 난은 2014년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해임으로부터 시작됐다. 2014년 12월에서 2015년 1월께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등 주요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형제 간 분배구조에 금이 갔다. 이전까지 형인 신동주는 일본롯데를, 동생인 신동빈은 한국롯데를 맡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진열을 정비해 가족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뒤 반격을 시작했다. 2015년 7월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97)과 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76)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을 추진했다. 다만 결과는 반대로 신동빈 회장 측이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光潤社)의 힘을 너무 과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가의 가족회사인 광윤사에서 신 전 부회장은 5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맞지만 롯데홀딩스는 광윤사만의 힘으로 장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외에도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 지지를 끌어내며 롯데홀딩스의 실권을 장악했다. 롯데홀딩스에서 광윤사의 지분은 28%에 그치지만 종업원 지주회(27.8%)와 임원 지주회(6%)를 합치면 광윤사를 넘어서는 규모다. 또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의 주요 결정권자가 겹치는 공영회(미도리상사·패미리·롯데그린서비스)의 지분도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힘을 보탰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롯데홀딩스 지분율이 50%를 넘어선다.

이후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을 바탕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꾸준히 추진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은 그때마다 우호세력을 규합해 방어에 성공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지었다.

신동빈 회장은 같은 해 8월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롯데그룹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계획도 발표하게 된다. 호텔롯데는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율을 가지며 사실상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계열사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국내 자본을 투입해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65%까지 낮추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검찰 수사의 시작으로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2016년 검찰 수사 위기···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 개시

2016년은 롯데그룹이 경영비리의 위기에 숱하게 노출된 해다. 같은 해 5월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의 수난이 시작됐다.

검찰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브로커 한모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한씨의 친분관계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초기 검찰의 수사는 신영자 이사장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불길이 번지며 롯데그룹 전반의 비리에 관해 검찰이 파고들었다. 결국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수사의 주요 목표점으로 잡히며, 검찰은 롯데그룹 수뇌부를 향해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6월에는 수사관 100여명이 동원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사와 신영자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으며, 수개월간 롯데 본사(정책본부)와 호텔·쇼핑 등 17개 계열사,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자택 등에도 모두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 증거를 수집했다.

검찰의 수사로 롯데의 주요사업은 줄줄이 좌초됐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고, 호텔롯데도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중단했다. 당시 롯데정책본부의 핵심 인사들도 소환 대상에 올랐다. 주로 거론됐던 3인방으로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이 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7월 초 해외일정을 급히 마무리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에 협조 의사를 밝혔으나 다음 달인 8월 26일 이인원 부회장이 갑자기 목숨을 끊으며 수사의 템포를 늦췄다. 이인원 부회장은 그룹 이미지 추락에 무척 괴로워했다는 전언을 남겼다.

아울러 8월 말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개시 여부가 결국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 개시로 마무리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갔다.

한정후견인 개시는 그동안 아버지의 의지를 내세우며 승계의 당위성을 주장해 온 신 전 부회장의 강조점이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다. 서울가정법원이 한정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선임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과 후계 구도 등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독단으로 의결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경영권 탈환을 노렸던 신 전 부회장은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 개시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아울러 2016년 9월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경영비리 혐의로 함께 묶었다.

같은 해 10월 검찰의 롯데수사팀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일가 대부분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치면 2017년으로 넘어갔다.

◆신동빈 회장, 경영비리는 집행유예 VS 국정농단은 법정구속

롯데 일가 중 가장 먼저 철창신세를 진 인물은 신영자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2017년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의를 입게 됐다.

이후 경영비리 혐의로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줄줄이 법정에 출석하게 된다.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보다는 경영비리 혐의에서 불구속을 이끌어내야 하는 급한 불이 생기자 롯데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한동안 잠잠한 양상을 이어간다.

신동빈 회장은 그런 와중에 롯데그룹의 투명성 확보와 경영권의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의 출범을 이끈다. 앞서 호텔롯데의 상장 좌절로 인해 롯데지주를 통한 지주사 출범을 서둘렀다.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국내 경영권의 견고함을 높였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로 신동주 전 부회장(0.3%)을 압도하는 위치를 점하게 됐다. 한국 롯데지주의 사장으로는 신 회장의 오른팔인 황각규 사장을 앉히고 그룹 내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한국의 경영권을 안정화시켰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가 롯데홀딩스 사장직을 이어가며 한‧일 양국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때 우려를 나타냈던 경영비리 1차 선고에서도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철창신세를 면했다. 다만 해를 넘겨 벌어진 국정농단 선고공판이 현재의 판도에 살짝 금을 냈다.

2018년 2월 13일 진행된 국정농단 연루 선고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은 예상과 달리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의 활발한 대외 활동과 앞선 경영비리 건의 집행유예로 법정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터라 롯데로서는 충격이 컸다.

한국과 달리 오너의 법정 구속에 엄격한 일본의 분위기를 감안해 신동빈 회장은 이후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대표이사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다만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혹시나 벌어질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재도전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신동빈 회장의 구속 기회를 틈타 신 회장 측을 맹렬히 몰아붙이는 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 바로 다음날 입장 자료를 통해 "대표이사가 실형을 받아 구속되는 사태가 예견 가능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이사들의 책임이 극히 무겁다"며 이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이어져 온 롯데가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로 치달은 가운데 재계 관계자들은 신 전 부회장의 마지막 저항이 무용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동빈 회장이 부재상황이긴 해도 현재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롯데 비상경영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향후 신 회장이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 등을 거치며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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