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 세상 바꾸다] ⑨ 똑똑해진 소비자들 착한기업 응원으로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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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
입력 2018-03-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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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소송ㆍ불배 등 권리 찾기

  • 비재무적요소 주요 투자 기준돼

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과거 먹고살기가 어려울 때는 외화를 잘 벌어들여 국부를 키우거나 일자리만 늘려도 으뜸으로 쳤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에는 ‘불매운동’ 등으로 직접 나서 응징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졌다.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고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짚어보고 국내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⑦ 협력사 성장‧스타트업 육성…대기업 상생 ‘결실’
⑧ 사회공헌 씨앗, 더 나은 세상 위한 ‘변화의 꽃’ 피우다
⑨ 똑똑해진 소비자들 착한기업 응원으로 ‘응답’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 삼성전자 전시장에 마련된 휴대폰 사업 3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제품(위)이 진열돼 있다. 갤럭시노트5(2015) 다음에 단종된 갤럭시노트7 대신 갤럭시노트(2017) 제품(아래)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갤럭시노트7은 없습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8’ 삼성전자 전시장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올해 휴대폰 사업 3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1988년 ‘SH-100’부터 2018년 ‘갤럭시S9’까지 출시한 역대 제품을 전시했다. 그러나 휴대폰 사업 30년사(史)에서 배터리 발화 사태로 단종한 갤럭시노트7의 자리는 남겨두지 않았다.

갤럭시노트7 사태는 뼈아팠지만, 삼성전자는 250만대 자발적 리콜을 전격 단행했다. 7조원이라는 내외부적 손실 보다 30년 가까이 쌓아온 소비자 신뢰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후 갤럭시노트7 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갤럭시S8에 소비자는 적극 응답했다. 사전예약 11일 만에 100만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총 3750만대가 판매됐다. 이에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3년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이 실수를 해도 소비자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과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뤄낸 반전의 결과다.

브랜드 가치는 60조원을 돌파하며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6위에 올랐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는 신속한 위기관리로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을 지속했다”며 “갤럭시노트7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이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가 대표적이다. 갓뚜기는 신을 뜻하는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다. 비정규직 비율이 낮고,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 함영준 회장의 미담과 더불어 상속세 1500억원을 납부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탄생했다.

“오뚜기 제품을 사자”며 응원하는 여론이 생기면서 착한기업으로 승승장구한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6.8% 증가한 2조2528억원, 영업이익은 24.8% 늘어난 1739억원으로 추정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꼽힌 함 회장은 지난해 인쿠르트가 실시한 ‘올해의 호감 인물’ 설문에서 기업 분야 1위(50.0%)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기업도 ‘돈만 잘 벌면 되지’란 생각에서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로 번지고 있다. 이에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도 비재무적 요소를 중요한 투자의 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적인 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올해 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 중심으로 산출하는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를 발표했다. 국내기업 중 SK하이닉스가 11.13%로 가장 높았다. SK하이닉스는 2015년부터 임금 인상분의 20%(직원 10%+회사 10%)를 협력사 직원 처우 개선에 지원하는 ‘임금공유제’를 시행하는 등 상생경영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네이버(6.09%), LG화학(4.64%), 현대모비스(4.48%), SK이노베이션(3.31%)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그룹이 국내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한 모범적인 사례 덕에 LG전자(2.82%)는 올해 첫 편입됐다.

변화의 배경에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있다. 요즘 소비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다. 실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애플의 ‘배터리게이트’ 등 기업의 부도덕한 ‘꼼수’에 수백만의 소비자들이 소송으로 응징했다.

또 소비자는 잘 팔리는 기업의 상품도 회사나 사장이 도덕적이지 못하거나 갑(甲)질하면 불매운동을 벌인다. 미스터피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운영에 있어서 도덕성, 사회적 책임 등은 고려해야 할 상수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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