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진단][지상좌담] 분양가 누른 로또 청약...주택가격 다시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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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김종호 기자
입력 2018-03-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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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건축 호가 떨어지고 모델하우스엔 구름 인파...청약 대박이 반등으로 이어질 지 관심

디에이치 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강영관 기자]


잇따른 규제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진 반면 '10만 청약설'이 나올 만큼 분양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엔 주말 사흘 동안만 5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같은 기간 분양을 시작한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와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논현 아이파크' 등에도 방문객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정부규제에도 '돈 될 만한 곳'은 청약수요가 대거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역설적으로 분양 현장을 '로또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리서치 전문가를 지면으로 초청해 '양날의 검'이 된 분양가 규제와 향후 청약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이 이번 지상좌담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로또 청약이 현실화할 경우 주택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며 주춤했던 호가가 올라가고 매매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분양가가 시세반등의 스프링 역할을 하는 이른바 규제의 역설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분양가 규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로또 아파트'

전문가들은 정부의 청약시장 규제에도 불구하고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곳에 청약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분양가를 낮춰도 결국 시세를 쫓아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규제가 시장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센터장은 "서울 강남4구와 성동구, 용산구 등은 3.3㎡당 분양가가 3000만~4000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어 분양가 9억원을 넘어서는 물량이 다수 출현한 상태"라면서 "경기권 중에서도 강남권과 인접하거나 교통망 호재가 있는 성남, 과천, 하남 등도 과거보다 분양가 부담이 상당한 지역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지역은 분양보증 시 중도금 집단대출이 쉽지 않은 등 일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기존 분양사업장들의 상당한 분양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분양시장 선호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일 팀장도 "분양가 9억원 초과라고 해도 예비 청약자들이 시세차익 발생이 확실하다고 판단한다면 어느 지역이든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본다"면서 "청약률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도 조기에 완판된다면 손해볼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로또 아파트 열풍'이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청약제도 강화와 중도금 집단대출 제한, 전매규제 등이 투기적 가수요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서민의 고가주택 시장 진입문턱이 높아져 부유층만 혜택을 보는 머니게임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권일 팀장은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발생해 '로또 아파트'가 만들어졌는데 대출 등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금력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시장의 판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본부장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이미 다른 지역과 아파트값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진 상황으로, 중도금 대출과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반 수요층들의 강남권 고가 아파트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소장은 "청약통장에 가입한지 오래된 무주택 서민들은 가점이 높아도 자금여력이 없다면 인기단지에 청약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면서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와 '청약통장이 없는 부자'만 강남 핵심 단지를 가질 수 있는 '금수저 청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규제 효과 지켜봐야···조기 완판시 부동산 다시 들썩거릴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모델하우스 구름인파가 실제 청약경쟁률로 이어질 지에 대한 전망은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방문객 대부분에게서 중도금 자체조달이 부담스럽지만 일단 당첨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상황에 따라 다수의 부적격 당첨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양지영 소장은 "신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규제로 인해 유동자금이 청약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다만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한데다가 정부의 깐깐해진 조사 등으로 투자수요가 많이 감소해 전체적인 청약경쟁률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서울과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 위장전입 실태조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예비 청약자들에게 주는 압박감도 상대적으로 커진 상태다. 장재현 본부장은 "정부가 모든 단지를 전수조사하기 쉽지 않고 지자체 가구방문실사 시 일시적으로 거주이전을 하는 방법도 있어서 정부정책의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강력한 규제로 청약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체감적으로 더욱 위축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청약시장에서 좋은 성적표가 줄줄이 나온다면 그간 위축된 서울·수도권 부동산 분위기가 우상향 흐름으로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센터장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할수록 새 아파트 희소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축 입주물량이 많지 않고 희소성이 높은 서울과 과천, 성남, 하남 등 일부지역의 분양시장 선호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일 팀장도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어서 주요지역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강남권의 경우 주변 새 아파트들의 가격이 쉽게 빠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위축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지방 청약시장 위축 지속, 매매시장도 4월부터 가격조정 돌입

반면 지방 청약시장은 공급물량 증가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다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등의 개발호재가 마무리된 여파로 올해도 작년과 같이 상당히 위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권일 팀장은 "과거 지방시장 침체 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양도세비과세나 취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 카드가 나와도 당장은 큰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정도로 현재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지방시장은 공급지수가 100을 넘어선지 오래됐기 때문에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경상권과 충청권의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만큼 인기 지역에서 분양하는 물량이나 투자가치가 있는 공공분양 등으로 수요층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도 4월 이후부터 거래절벽과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양지영 소장은 "단기간 너무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으로 매수자들의 가격 저항선이 커졌다. 여기에 금리인상과 추가규제책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라며 "그동안 시장을 지켜보던 다주택자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지만 매수자들이 쉽게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최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꺼번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일부 신도시 지역들은 공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서울과 수도권 매매시장은 하향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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