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 많고 탈 많던' 특수작전칼 도입 사업…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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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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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특전사 설문조사 통한 수의계약방식으로 선회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특전사 대원들이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특전사 요원에게 공급될 예정이던 특수작전칼(Survival Knife·서바이벌 나이프) 도입사업이 전면 재검토된다.

이 사업은 군에서 지난해 8월 이탈리아 폭스(FOX)사의 칼을 선정했을 때부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따라 군은 올해 초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으로 밝히기도 했었다.

15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전 재입찰로 새 업체를 선정하려던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특수전사령부 예하 7개 여단과 1개 교육단에서 복무하는 특전사 요원들의 전수조사를 통한 수의계약방식으로 특수작전칼을 도입할 방침이다.

사업 추진을 되짚어보면 예견된 결과다. 보급될 특수작전칼이 공개되자 군사 전문가들은 "손잡이가 생존 도구를 넣을 수 있도록 비어있고 두꺼운 원통형이어서 나무를 쪼개는 등 서바이벌용으로도 격투용으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군 당국은 "특전사 요원에게 제대로 된 무기를 지급해야 한다는 성원에 따라 애써 예산을 확보, 이전보다 품질이 좋은 군용 칼을 선정했다. 영국 특수부대인 SAS도 사용하는 우수한 칼"이라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군의 어설픈 해명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SAS에선 이런 형태의 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외형상으로는 미군에서 사용하는 'M9' 대검과 비슷하지만 구조가 다른 데다 1986년 채택된 'M9' 대검을 현대 특수작전용 칼의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재반박했다.

실제 미 해병대에선 'M9' 대검이 격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OKC-3S' 대검을 따로 사용한다. 미 해군 네이비씰에도 'M9' 대검 대신 'Ontario Mark 3 Navy'와 'MPK12-Ti'가 보급된다. 다만 미군 내 다른 특수부대들처럼 주로 개인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전사에 보급된 특수작전칼. 출처=페이스북 Black Berets]


논쟁이 지속될 수록 군에서 와이어 커터와 손잡이 내부에 있는 생존 도구 등 불필요한 기능을 요구하다 보니 내구성은 약해지고 가격은 높아져 기존 특전사에 보급된 'KCB 77'과 비교해 나을 게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군은 요지부동이었다. 그해 11월을 시작으로, 특전사에 특수작전칼 200여 개를 공급했다. "특수작전용으로 부적절" 성능을 평가한 특전사 요원들의 의견도 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군은 특수작전칼에 대한 재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군 일선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건의사항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군 수뇌부의 경직된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성토였다. 

군이 갑작스럽게 재입찰 방침을 철회하고, 특전사 요원들의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배경에도 악화된 내부 여론이 적잖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특수작전칼 도입사업을 진행하면서 '특전사 요원의 건의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모든 요원의 의견을 수렴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요원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수작전칼을 소량만 구매했던 것도 특전사 요원들이 작전에 사용해보면서 직접 적합성을 따져보라는 의미”라며 “이번 조처로 특수작전칼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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