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개헌안 포함…"부동산 규제 근거 마련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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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3-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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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정부 첫 등장…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

  • -초과이익환수, 보유세 인상 관련 헌법소원 차단

 

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 초안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됐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관련 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제도가 위헌 판정을 받은데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개인의 재산을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관련 추가 규제에 정부가 나설 경우 헌법소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포석이란 지적도 있다. 

◆박정희 정권 때 처음 등장···위헌 논란 속 사실상 유명무실

토지공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정부는 1978년 '8·8조치'에서 토지공개념 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은 "토지의 사유 개념은 시정돼야 한다"며 "토지의 공개념에 입각한 각종 토지정책을 입안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공개념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때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던 1980년대 말이다. 1988년 전국의 토지가격 상승률이 27%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32%나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자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이라고 불리는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개발이익 환수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법은 헌법 불합치로 폐기됐다. 토지 초과 이득세는 1994년, 택지 소유 상한제는 1999년 각각 위헌 판결을 받으며 사라졌다. 

이후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크기 위축됐던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잡기에 나서면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토지공개념에 뿌리를 둔 제도가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토지공개념을 아예 헌법으로 명시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토지공개념, 사유재산제 정면 충돌···개인재산 통제 우려

문제는 토지공개념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그 근간인 사유재산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토지, 주택 등 부동산을 통해 얻는 수익에 대해 과세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즉 이 개념이 헌법에 포함될 경우 과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이 다시 도입될 명분이 생긴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나 보유세 인상 등과 관련해서도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포함시킬 경우 새로운 부동산 규제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헌법소원 등 향후 문제가 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이 개념에 입각해 규제를 만들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조세 정책을 통해 개인의 재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예를 들어 토지공개념으로 법을 만들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50% 적용한다고 해도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재산 침해라는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야 평등 원칙에 따라 무작정 세금을 높이는 것이 안 되지만 토지공개념이 적용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정책기획위원회 관계자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해서 개헌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민생개헌에 포함시켰다"며 "토지 소유 집중과 불균형이 우리 사회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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