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vs 하나금융...한쪽이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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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윤주혜 기자
입력 2018-03-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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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인력·기간제한 없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금감원 분쟁일지 

"검사 인력과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확실하게 검사하겠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를 겨냥해 사정의 칼날을 직접 뽑았다. 지난 12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하루만이다. 지난 9일 제기된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금감원 수장이 쓰러졌고, 이를 지켜본 금융위원회가 고강도 검사로 대응키로 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임의 배경이 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전말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의 퇴진은 '채용비리에는 성역없는 검사가 가능하다'는 명분이 됐다. 그동안 제기된 사안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하나금융지주의 비리를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최 위원장이 초강수를 두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최 원장에 대한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므로 하나은행 임원도 알고 있었다는 일반적인 추론이 가능하다"며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해 감독기관의 권위를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으로 '하나은행이 악의적인 의도로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셀프 3연임 시도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 사내외 이사 교체 등의 문제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KEB하나은행은 금융당국이 직접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전에 '기간 제한 없이 자체 전수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금감원에 요구했다. 하나은행은 채용 관련 서류들은 곧바로 파기해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1년간의 채용만 조사해 금감원에 결과를 보고했다. 

이 주장대로면 최 원장이 2013년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은 거짓이 된다. 금감원의 직접 조사도 2015~2017년 채용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서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했을 리 만무하다.

특히 지난 1월 금감원이 KEB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 과정에서 하나은행 고위 임원은 "금감원이 채용비리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최흥식 원장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옷을 벗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은 지난 1월 전후에 지난 2013년 최 원장의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관련 서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이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 받아 주총에서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명예와 권위, 김 회장의 거취 문제가 달려있는 이번 주총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검사단을 투입한다. 특별 검사단은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2013년을 대상으로 하되 필요 시 검사 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공정한 조사'를 내세웠지만 '보복'이라는 시선도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올해 들어 이미 여러번의 검사를 받았고 국세청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번 특별검사는 최 원장 사임에 대한 보복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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