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운산업, ‘현대상선 퍼주기’로는 경쟁력 끌어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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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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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텔, 현대상선 글로벌 선사 대비 경쟁력 상실…성장전략 의문

  • 드루리,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소규모로 선대운영 불가능…합병 대안 제시

빨간불 들어온 현대상선[아주경제DB]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사 간 합병작업이 조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특히 정부의 ‘현대상선 퍼주기’로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본지가 입수한 해운전문연구기관 시인텔과 컨설팅업체 드루리 자문의견에 따르면, 한국 해운산업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들 의견은 지난달 부산시가 양 기관에 질문서를 작성해 보내고, 해당기관의 회신을 받은 내용이다.

양 기관은 현재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현대상선에 의존하는 부분을 우려했다. 특히 현대상선 경영진의 성장전략이 비현실적이라는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인텔은 “(현대상선은) 글로벌 선사 대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2만TEU급 선박을 발주해도 타 선사 대형선박 발주 계획을 감안하면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경영진의 잘못된 운영으로 지속적으로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회사 성장전략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의)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상과 같다”고 덧붙였다.

드루리 역시 “영업적자 지속은 현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결과로 해석된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타 선사의 대형선 발주 지속으로 현대상선의 대형선 발주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국적 연근해선사에 대한 시각에는 양 기관 모두 향후 3~5년간 아시아 역내 선사 간 통합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규모가 확장된 선사의 등장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국적선사 육성에 대해서는 시인텔은 정부전략 강화를, 드루리는 선사 간 합병을 통한 ‘원팀’을 제안했다.

시인텔은 “상업적 관점에서는 국가의 선사 지원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지속적 자금 지원에도 전략이 부재하다면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정부 지원을 통한 선대 확보에도 글로벌 톱7 선사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냈다.

드루리는 “중국 정부와 같이 대규모 금융지원이 없을 경우, 한국은 현재 해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싱가포르 APL, 중동 UASC 피합병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현재 치열한 경쟁 체제 하에서 소규모로 건전한 선대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또 국적선사 육성방안에 대해서는 ‘합병’을 대안으로 꼽았다.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양 기관은 “현대상선‧SM상선‧연근해선사가 합병, 단일 선사로 통합하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단, 조기 통합이 돼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정책은 이미 늦었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국적선사가 필요하다면, 현대상선 구조조정(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토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드루리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상선의 향후 성장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루리는 “지금의 현대상선 확장계획은 시장 안정성과 양립할 수 없다”며 “지난 2016년 말 주주 위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2021년까지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 선사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점이 현대상선이 발표한 계획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상선이 변수를 무시하고 2016년 비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상당한 위험과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드루리의 분석은 현대상선이 최근까지 1조2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고, 정부의 자금지원에 의존하는데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리한 확장계획으로 해운산업뿐 아니라 조선업 등 전반적 산업군에 자금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루리는 “현대상선은 기존 성장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지난 2년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선을 추진하는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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