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1년] 30년 만에 돌아가는 ‘개헌 시계’…여야, 여전히 시기·형태 놓고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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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8-03-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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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완성해가는 혁명이다. [사진=아주경제 DB]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은 1987년 이후 제자리에 멈춰있는 ‘개헌 시계’를 다시 돌렸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초래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여야 대선주자는 일제히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각각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통일 전까지는 4년 중임제, 통일 후에는 의원내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하나 국회가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각각 냈다.

국회는 지난해 1월부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국회 차원에서 개헌특위가 가동되는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개헌특위 산하에 자문위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활동 성과는 초라했다. 핵심 쟁점인 정부 형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대신 본질에서 벗어난 여론조사 문구 선택 등을 놓고 정쟁만 벌였다. 결국 개헌특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활동을 마감했다.

해가 바뀌고 개헌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기점이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더욱 일찍 개헌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국회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활동 기한이 만료된 개헌특위 대신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구성했고 각 정당은 자체적인 개헌안 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수차례 개헌 의총을 열어 정부 형태와 선거구제 개편 등의 쟁점에 대해 당론을 확정했다.

먼저 정부형태를 보면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기로 했고, 선거구제는 비례성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헌법 전문과 130조 가운데 90여 개의 조항을 수정·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촛불 혁명 등을 넣고 경제민주화와 토지 공개념, 국민 기본권 및 지방 분권 등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한국당도 조속한 시일 내에 자체 개헌안을 정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논의 과정에 돌입했다.

주광덕 의원을 위원장으로 당내 자체적인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개헌 의총을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이어 당원과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일반 국민 대상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지역별 개헌 토론회도 열기로 했다.

한국당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는 대로 다시 의총을 열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재적 5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분권형 대통령제에 공감대를 모은 상태다.

민주평화당도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그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을 주고, 국무총리가 장관 제청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도 직접 개헌안을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은 3월 13일 개헌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대통령은 3월 20일 안으로 발의해야 할 것 같다면서 정부 개헌안 발의 시간표를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전망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의 현격한 입장차로 인해 국회가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청와대가 이달 중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100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당이 결사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현재 의석은 116석이다.

여야가 충돌하는 첫 번째 쟁점은 개헌 시기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대로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올해 안에는 개헌하겠지만, ‘지방선거에 붙인 곁다리 개헌’은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정부형태를 놓고도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5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민들 사이에서 최고 권력자를 직접 선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4년 중임제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4년 중임제는 대통령 권한 분산이라는 개헌의 취지에 반하고, 결과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절대 반대 입장이다.

대신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분산하고,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차 속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면 예상외로 순조롭게 대타협을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는 개헌을 지지하는 여론이 적지 않고 여야 모두 이번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재 역할을 자처, ‘차선책’을 언급해 꽉 막힌 개헌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 의장은 지난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개헌포럼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 “가능한 국회 중심의 개헌, 그것도 6·13 지방선거 때 개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차선책도 조금씩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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