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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사법 한류' 순풍 분다

최영지 기자입력 : 2018-03-12 11:00수정 : 2018-03-12 11:00
노무현 전 대통령 시작, 문재인 대통령 '신남방정책'으로 결실

베트남 국기.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세운 외교정책 중 하나는 신남방정책이다. 그동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만 집중돼 있었던 외교노선을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다변화하는 '문재인표 외교'의 주요 키워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액 2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통해 경제적 교류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에너지, 교통, 수자원, 스마트 정보기술(IT) 4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사법부에서도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베트남 법원연수원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에 발벗고 나서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실 대법원이 베트남을 도운지는 꽤 오래됐다. 대법원은 200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 법원연수원 역량강화 사업을 시작했다. 용역 계약을 통해 베트남 법원연수원을 지었고, 이후에도 교육과 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 사업 관리 업무를 위해 법관을 파견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사업이 시작됐을 당시부터 대법원에서 판사를 파견보내 사업을 총괄하도록 했고,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박현수 청주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가 파견돼 사업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만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후 당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법 시스템 개선과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직시했다. 시장경제체제는 계약을 매개로 작동되는 체제이므로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을 위해서는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법원·법관 독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베트남의 사법부 강화에 대한 열의를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해당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대법원과 KOICA의 도움으로 베트남 최고인민법원 직속기관인 법원연수원이 2012년 준공됐다. 기존에는 법원연수원이란 조직만 있고 건물이 없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지만 비로소 법관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이 생겨났다.

이듬해에는 베트남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2차 사업이 시작됐다. 연수원 옆에 학교 부지를 새로 만들고 연수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확립하게 된 것이다. 대학교까지 2016년에 준공되면서 지금은 500여명의 학생들이 법관의 꿈을 품고 학구열을 태우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과 베트남 간의 교류도 늘어났다. 2016년에 응우옌 화 빙 베트남 최고인민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초청으로 방한해 회담을 가졌다. 응우옌 법원장은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해 취임 후 한국을 제일 먼저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사법부와의 지속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도 지난해 응우옌 법원장의 초대로 베트남을 방문해 사업 성과를 확인하고 향후 지원사업 발전방향을 모색한 바 있다.

대법원은 기존 사업의 사후관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이제 또 다른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판 절차의 투명성과 판결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사법정보화사업이다. 외부에서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상 사건관리 시스템과 재판부에 사건을 전자적으로 배당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연수 및 세미나를 통해 법관이 논증이 강화된 판결문을 작성하고, 전문지식을 체득하도록 돕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박 부장판사는 “우리나라에는 사건진행과정을 볼 수 있는 ‘나의 사건 검색’ 페이지가 마련돼 있는데 이와 같은 인프라가 베트남에도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우리나라처럼 베트남에서도 서류를 전자적으로 관리하고 법정에서도 전자서류로 재판이 진행되는 전자소송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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