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산시 '다복동' 현장] 부산덕천BMC아파트 "콩나물로 마을이 변했어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부산)박신혜 기자
입력 2018-03-08 16:2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콩나물이 우리 마을 전체의 비타민입니다. 주민들끼리 물주며, 함께 나누면서 이웃의 정이 돈독해졌습니다."

부산 덕천동 BMC아파트 단지 내 콩나물 농장에서 만난 BMC행복나눔봉사대 김정현 대표는 "주민 화합과 소통을 위해 시작한 콩나물 사업이 이제는 주민들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며 웃음을 띤다.

1000여 세대 남짓한 작은 아파트 내에 위치한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에 15통 규모의 콩나물을 키우는 자그마한 농장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마음으로 키우는 자식같은 존재다.

매일 번갈아 가며, 물을 줘야 잘 자라는 콩나물인 만큼, 작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콩나물에 물을 주고, 비우고, 싹이 자라면 눌러도 주고, 혹시라도 빛이라도 들어갈까봐 까만천도 씌우면서 애지중지 키운다. 그렇게 10여일이 시간이 지나, 까만콩은 아주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의 콩나물로 성장해 있다.
 

재래시장, 콩나물 공장 등을 찾아다니며, 전통방식의 콩나물 재배법을 습득해,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13년 8월 첫 콩나물을 수확했다.[사진=박신혜 기자]


25명으로 구성된 BMC행복나눔봉사대 회원들이 콩나물을 뽑는다. 15통에서 약 450봉지 정도의 콩나물이 수확된다. 정성스레 포장해, 아파트로 향한다. 주민들에게 콩나물이 나왔다고 마을 방송으로 알린다.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콩나물 판매장에 모여든다.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손에 든 100원, 500원, 1000원을 지불하고, 먹을 만큼 콩나물을 가져간다. 몸이 불편하신 주민들을 위해서는 무료로 배달도 해준다.

그렇게 콩나물은 마을 속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비타민'이 되었다.

부산 덕천에 위치한 BMC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가구가 입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밀집 주거지역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마을은 어두웠고, 침체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등 과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을 전체 분위기가 어두웠던, 지난 2011년. 이곳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이웃 간의 거리감을 단축하고 주민들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한 회의가 시작됐다.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공기좋고, 물 좋은 지역인 만큼, 콩나물을 키워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콩나물은 물을 먹고 자라지만, 일반 수돗물로는 키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다행히도 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주민과 주민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지역 환경 조건과 성장조건을 고려해 콩나물 사업 시작하기로 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재래시장, 콩나물 공장 등을 찾아다니며, 전통방식의 콩나물 재배법을 습득해,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13년 8월 첫 콩나물을 수확했다.

그해 12월 콩나물로 잔치를 벌였다. 음식은 콩나물 간장 밥이었다. 주민 100여 명이 참여해 함께 기쁨을 나눴다. 그 후 주민자조모임일 결성되어, 콩나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콩나물을 수확해 콩나물비빔밥, 콩나물굴국밥 등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들의 참여가 많아져, 지금은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마을잔치로 탈바꿈했다.
 

부산 사상괘법동 지역사회협의체 20여 명의 회원들이 덕천동을 방문해 콩나물 사업을 배우고 돌아갔다.
[사진=박신혜 기자]


콩나물 사업이 정착되면서 '2014년 좋은마을 활동보고회'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고, 부산복지개발원의 UCC 부문 '좋은'상을 수상하면서 인근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근 지역에서 견학을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구미, 포항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방문했다.

지난 6일 취재 당시, 부산 사상괘법동 지역사회협의체 20여 명의 회원들이 이 곳을 방문해 콩나물 사업을 배우고 돌아갔다. 이 마을은 '콩나물 복지' 전도사가 된 셈이다.

덕천BMC아파트는 주민들이 콩나물을 재배해 공동체를 복원한 우수 사례로 지난해 1월 부산시 '다복동브랜드인증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약 1000세대가 거주하는 덕천 BMC아파트는 콩나물 사업 외에 주민자체적으로 인사 나누기와 텃밭 가꾸기, 알코올 문화캠페인, 청소년 지킴이 활동 등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탄탄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찾아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금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마을로 성장했으며, 독거노인에 대한 고독사 염려도 없는 마을로 변했다.

덕천BMC행복나눔봉사대 김정현 대표는 "콩나물 재배를 통해 수확과 나눔의 기쁨을 알았지만, 그보다 더 큰 결실은 바로 주민간 소통의 꽃이 활짝 피었다는 것"이라며, "주민 참여 확대와 수익연계을 통해 주민의 자립성을 향상시키고, 조금씩 활력이 생기는 마을로 변한게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마을을 위해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싶지만, 자발적 사업으로 진행하다보니, 행정적, 재정적인 지원 부분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올해 43억원을 투입해, 1월 1일자로 신설된 강서구 명지2동을 포함한 16개 구‧군 206개 전 읍‧면‧동이 주민자치와 연계해 자율과 소통, 협치를 바탕으로 한 마을단위 통합복지 구현 프로젝트인 다복동(다함께 행복한 동네) 사업을 확대, 시행키로 했다.

부산 곳곳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되어, 마을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 많다. 부산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다 함께 행복한 동네가 되기 위해서는 민, 관 협치가 중요하다.

그중 주민들의 협조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특화 사업으로 주민들이 일하며, 소통하며, 화합하는 것이 바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산시가 자랑하는 '다복동' 사업. 이제는 시범단계가 아닌, 정착단계로 돌입했다. 지역의 발전과 소생을 위해 태동하는 작은 움직임도 눈여겨볼 시점이다.

고재수 부산시 다복동사업추진단장은 "그동안 다복동 추진을 하면서 시와 구 간의 빈틈을 메우고, 보완할 방안을 모색했다"며, "올해는 읍면동 확대 시행과 더불어, 고독사 예방, 그리고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