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특사단에 몇 차례 "어려움 잘 안다…이해한다"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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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03-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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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대북특사단의 1박2일 방북 에피소드 공개…김 위원장, 文대통령 '베를린구상' 소상히 알아

정의용 수석특사,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 전달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의 1박2일간 방북활동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사단은 지난 5일 평양 도착 이후, 약 3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다.

이후 4시간 12분간 노동당본부 건물에서 접견 및 만찬을 갖는 등 북측으로부터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

특사단 가운데 상당수는 도착 당일 김 위원장을 만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공항에서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나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회담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김 위원장과의 접견 및 만찬 일정을 알렸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특사단의 한 일원은 이 얘기를 듣고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사단이 고방산 초대소에서 제공한 리무진 차량을 타고, 조선노동당 본부 진달래관에 들어갔다. 차에서 내리면 건물 현관이 있는데 바로 100m 앞에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혀 예상 못했다. 건물에 가서 찾아들어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눈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두 사람이 특사단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특사단은 이후 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접견 장소로 이동했다. 만찬장으로 갈 때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바로 앞에서 특사단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과의 접견 자리에서 예우를 갖춰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배려했다는 게 특사단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은 수석 특사인 정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왔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라며 테이블 옆쪽으로 나오자, 곧바로 함께 일어나 정 실장 앞으로 다가서서는 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 문 대통령에 대해 각별하게 예우를 갖춘 것이다.

이날 1시간 가량의 접견에서 합의된 6개 항은 바로 문 대통령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북이 합의한 6개 항은 ▲ 제3차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 ▲ 정상간 핫라인 설치 ▲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 ▲ 북미대화 용의 ▲ 대화기간 전략도발 중단 ▲ 남측 태권도시범단·예술단 평양 방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모라토리엄, 군사회담, 문화 교류 등 특사단이 발표한 6개 항에 대해 이른바 '숙제'를 던졌었다"며 "이를 가져간 북한은 이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고민한 것으로 보이고, 특사단에 답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 특사였던 정 실장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면담하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입장 등 미리 수첩에 적어 놓은 4∼5가지의 안건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는데, 김 위원장이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6개 항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수첩에 적어간 몇 가지를 말했는데 몇 마디 꺼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며 "정 실장이 준비한 메모를 말할 필요도 없게 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표현을 몇 차례 썼고, 그 중 하나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언급한 ‘한·미 훈련 연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남한, 해외 언론 등을 통해 비쳐진 자신의 이미지와 평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으며,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 여유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간 특사단 가운데 한 명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베를린 선언'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베를린 선언 등 문 대통령이 꾸준히 공개한 한반도 구상과 지속해서 제안한 메시지를 소상히 알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서 6개 항목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런 과정을 목도한 특사단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전 세계 시선과 우리 국민이 갖는 기대도 잘 알고 있었다"며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푸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과 환담하고 있다. 만찬에는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청와대 제공]



특사단은 북한에서 화려하고 극진한 환대보다 세심한 대우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에서 북측 인사들을 만났을 때 우리가 먼저 ‘평양은 냉면이 최고라는데 맛을 보고 싶다’, ‘평양 온반이 어떤 음식인가’라고 물었는데, 특사단 방북 둘쨋날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었고, 온반은 첫날 만찬장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원래 평양 인민들은 냉면을 두 그릇씩 먹는다"면서 특사단에 냉면을 더 권했다.

특사단 중 한 명은 녹두지짐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불렀는데도 결국 냉면을 한 그릇 더 먹었다고 한다.

옥류관 냉면은 꿩으로 육수를 낸 뒤 닭으로 다시 국물을 우려내 오래 끓인 육수로 만들어서 남측에서 파는 평양냉면과는 맛이 달랐다는 게 특사단의 전언이다.

또 김 위원장과의 만찬장에서는 와인이 몇 잔 오간 후에는 다함께 평양소주를 마셨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특사단은 숙소에서 국내 지상파 방송의 뉴스와 드라마채널, 외신으로는 미국 CNN과 중국 CCTV 등 세계 방송채널 수십여개를 골라볼 수 있었고, 인터넷도 국내 포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특사단은 북한의 달라진 경호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북측이 남측 인사 한사람씩 일대일로 근접 경호해, 마치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줬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사단이 머무르는 1개층을 모두 비워줬는데, 북측 경호원들이 출입구만 지킬 뿐 그 층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사단이 1층에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거나 건물 밖 안마당 산책을 나가는 것도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이에 특사단은 북측이 자신들을 보호하면서도 부담주지 않는 방식으로 경호를 펼쳐,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열린 경호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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