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1년 농사의 시작, 경칩(驚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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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입력 2018-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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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어제가 경칩(驚蟄)인데, 한(漢)나라 무제(武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하여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경(驚)은 ‘놀라서 일어나다’이고, 칩(蟄)은 ‘겨울잠을 자는 벌레’로,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놀라서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경칩이 되면 땅의 맥이 이미 녹고 농사일이 점차 시작된다(驚蟄則土脈旣融 農事漸始)”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언급처럼, 조선시대 왕은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태종 15년(1415)에 충청도 도관찰사 정역(鄭易)이 “생(生)을 좋아하고, 사(死)를 싫어함은 사람과 사물들이 같습니다(好生惡死 人與物同). 전(傳)에 말하기를 ‘갓 나온 벌레는 죽이지 않고, 갓 자라나는 풀은 꺾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이제 무지한 농부들이 경칩으로 만물이 소생하는 때를 당하여 불을 놓아 전답을 태우는데 산과 들에까지 연소되어, 드디어 모든 벌레가 다 타죽게 만드니,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마음에 어긋남이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자, 태종은 경칩 이후에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거듭 엄하게 했다. 

허목(許穆)은 '경칩후작(驚蟄後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草木已萌動(초목이맹동) 풀과 나무가 이미 싹터 나오니
節序驚蟄後(절서경칩후) 절기는 경칩이 지났구나
農家修稼事(농가수가사) 농가에서는 농사일 하느라
少壯在田畝(소장재전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들에 있구나
만물이 소생(蘇生)하는 3월, 자신의 농사를 잘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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