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담] “정부의 애매한 정책이 해운업 사지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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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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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현 박사, 정부 시장 개입이 국가 경쟁력 떨어뜨려

  • 당근‧채찍 없는 정부…선‧화주 상생은 ‘빛 좋은 개살구’

윤민현 박사는 2일 본지와의 대담에서 한국 해운정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김세구 기자]


한국 해운업이 재도약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업계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해운시장이 올해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해운정책과 함께 업계 스스로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희망적이던 해운업은 부실한 정부 정책으로 의미가 변질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지나친 시장개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한국 해운업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다음달 발표 예정인 문 정부의 첫 해운재건 정책은 ‘현대상선 밀어주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상선은 분명한 민간기업인데, 마치 공공기업처럼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한국 해운업의 미래와 정부 정책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자 윤민현 박사(전 중앙대 객원교수)와 대담을 했다.

배군득 기자(이하 배) = 현재 글로벌 해운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부 해운정책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적 재편까지 포함한 해운재건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민현 박사(이하 윤) =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머스크, MSC,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어찌됐든 소위 글로벌 선사 11개로 재편됐다. 그중 7개가 90% 차지한다. 사실상 시장 지배자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이면 3~4개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가장 큰 선사인 중국의 국적선사 코스코와 나머지 둘 내지 세 곳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OECD뿐만 아니라 맥킨지도 그렇게 얘기했다.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몇 년 후 그렇게 간다면 한국의 소위 리딩 선사를 정부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겠는가. 코스코(중국)는 살아남을 수 있다.

배 = 현대상선이 현재 45만TEU 정도인데, 앞으로 5년간 100만TEU까지 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우리나라가 대부분 선복량이 적다. 파나마, 북미 못 뛰는 이유다. 미주노선 서부만 다닌다. 북부, 동부는 2M한테 맡기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동남아 노선을 늘리는 데만 집착한다. 현대나 SM이 뛰기에는 너무 적은 곳이다. 1만TEU에 목숨 거는 상황이다. 2M에 대응하려면 아시아동맹을 만들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가 태릉까지 가는 것을 남양주까지 연장하면 갈 수 있는데 목동까지 연장하면 부담스럽지 않겠나.

윤 = 일부에서 해운업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한진해운 여파가 크다는 생각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정부 정책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해운 정책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정부 개입이 필요 없는 영역이다. 벌크선은 주로 내부 거래가 많다. 내수시장 중심이라는 것이다. 정부 지원 없이도 잘 굴러가는 이유다.

컨테이너의 경우는 정부 개입영역이 더 좁다. 화주들 자체가 국적선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진해운 부도로 마치 우리나라 해운업이 다 죽어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정작 화주들은 해외 선사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분명히 하지 못한 것이 있다. 벌크선은 하지 말라고 해도 제대로 간다. 컨테이너선은 굉장히 취약하고 기복이 많다. 상사(商社)적 측면에서 보면 불안정하다.

은행들이 2012~2013년 해운에서 철수했을 당시를 보자. 산은, 수은, 농협 등 국책은행들만 해운업 투자에 나섰다. 다른 국가들은 국적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국적선에 집착한다.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는 힘들면 정부 입만 쳐다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국 해운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선주들에게 비생산적 기대를 유도한 셈이다.

배 = 그래도 그동안 정부가 해운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생각하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해운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윤 = 해운업계 오너들 공통된 생각이 해운기업 잘될 때는 인식 못한다. 넘어졌을 때 정부 탓을 하는 것이다. 이 당시 정부가 선을 분명하게 그었어야 했다. 한국해운연합(KSP)이 동남아 선사를 해보겠다는데 정부가 절대 통폐합 못 한다.

1980년대 해운산업은 정부에서 당근 채찍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해운시장 환경이 국적선만 잘 키워도 조금씩 개설이 가능했다. 지금은 혼자 독항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당근과 채찍이 모두 없다. 선‧화주 상생은 구호만 좋다. 실현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결국 이번 정부 해운정책도 정부 지원, 인센티브, 세금 감면 등 뻔한 내용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해운정책은 정부 개입이 많다. 그러나 태도는 애매하다. 즉, 시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데, 실제 정책과 경영에는 정부가 나선다는 것이다.

원양컨테이너 정기 선사를 유지하려면 국적 컨테이너 선사를 상사 베이스로 둘 것이냐, 국가 전략적으로 둘 것이냐를 명확히 해야 한다. 후자라고 한다면 적자가 발생해도 국가가 지켜야 한다. 상사 입장이라면 한진해운처럼 파산시키는 게 맞는다.

현대상선의 경우 세계 해운업계 톱 20위 기업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적자인 회사다. 올해도 적자가 당연하다. 현대상선은 주식회사다. 공개적으로 오픈하고 공시 체제를 지키는 민간회사다. 정부가 경영 개입과 몰아주기식 지원을 해준다면 공사 개념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배 = 현대상선 얘기를 해보자.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현대상선에 맞춰져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현대상선을 키워야 해운업이 발전할 수 있는가.

윤 =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로 몸이 달았다. 문 정부는 해운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대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현대상선 대형 수주와 투자 발표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기댄 장밋빛 청사진만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흐름을 보면 현대상선이 쫒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대책이 난무한다. 최근 아시아-북유럽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 컨테이너 4600TEU를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 곳은 없다. 개인 기업 차원에서는 엄청난 투자다. 이사회를 몇 번 거쳐야 나올 수 있는 전략이다. 이런 대규모 전략이 한순간 가능해진 배경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해운선사들은 한진해운 여파가 여전하다. 가장 큰 피해자인 현대상선은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상선 제일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화주 신뢰회복이다. 2M 화주들이 머스크와 MSC에 현대상선으로 화물을 떼주겠다고 하면 안 싣겠다고 할 정도다. 현대상선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상선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투입할 항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도 초초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 이유가 있겠지만 초초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움직여야 한다. 확실한 방향을 잡고 밀고 나가야 한다. 민간기업 경영에 관여를 하는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 현재 해수부가 내놓은 선박 확보, 화물 확보, 경영지도 등 세 가지 전략도 올바른 방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선박확보의 경우 정부가 할 일 아니다. 경영지도는 더 그렇다. 어떤 퀄리티로 경영지도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뉴스타트 정책이 어느 정도 수위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실현 가능성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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