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에 유럽-캐나다 보복 예고...무역전쟁 우려에 美 내부도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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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8-03-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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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집행위 "미국 산업 보호 위한 노골적 개입"...WTO 제소 시사

  • 캐나다도 보복 단행 예고...호주 "관세 부과로 양국 무역 왜곡"

  • 트럼프 독단적 결정에 여당도 반발...백악관 안팎 분열 양상

  • 현지언론 "철강제품 가격상승·동맹국 보복에 美경제 타격 우려"

[사진=연합/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유럽연합(EU)와 캐나다 등 국제사회가 강력 대응을 예고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보호무역론자와 자유무역론자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 "매우 유감" EU, WTO 제소 시사...캐나다 "보복 불사"  

CNBC 등 외신의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번 조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골적인 개입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떠한 국가안보 정당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럽 일자리를 위기에 빠트릴 불공정한 수단인 만큼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면서 사실상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2017년 500만t에 달했던 EU의 대미 철강 수출량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미국이 동맹국들의 철강 대미 수출량을 유지하는 쿼터제보다 무역 대결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미국산 철강의 약 50%를 구입하는 최대 수입국인 캐나다도 이번 조치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전문매체 쿼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무역장관도 "미국 철강·알루미늄 업계에서 호주 점유율은 5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며 "관세를 부과한다면 양국 무역을 왜곡해 일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 "철강업계 제외한 미국 경제 타격 불가피"...美 내부도 분열 조짐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정책으로, G2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철강 업계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가 발표된 이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42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최근 몇 달 간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회의를 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조언했음에도 관계부처 간 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데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 경제 참모 가운데서도 보호무역론자와 자유무역론자 간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일단 이번 조치에 찬성하는 사람은 보호무역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은 주식 시장에 대한 충격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 상승, 동맹국 간의 무역전쟁을 야기해 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도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무역장벽을 높일수록 무역전쟁 위험성이 커진다"며 "상대국의 보복과 높은 생산비용, 경쟁력 저하 등과 같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최대 정책 실수"라며 "동맹국의 분노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세금·규제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조치로 철강·알루미늄을 원료로 하는 모든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관련 생산업계의 고용 상승 효과가 다른 업계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억제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다만 25% 관세를 모든 국가에 일률 적용할지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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