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마음의 잣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입력 2018-03-02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己所不欲 勿施於人, 기소불욕 물시어인)
- <논어(論語)>

윗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라고 했다. 앞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뒷사람 앞에서 하지 말고 뒷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을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을 사귀지 말라고 했다.

<대학(大學)>에서 '혈구지도(絜矩之道)'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혈(絜)은 헤아린다는 뜻이고, 구(矩)는 곱자를 가리킨다. 그래서 혈구지도란 내 마음을 잣대(矩)로 삼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絜) 것이다. 곧 ‘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남’의 존재 가치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 마음의 잣대도 자인 만큼, 나를 잴 때든 남을 잴 때든 똑같아야 제구실을 하고, 제구실을 하게 되면 이해심과 배려심이 생겨나며, 이해심과 배려심이 생겨나면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한테 강요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남이 못하게 헤살 놓는 일도 없을 것이다. 화해와 공존은 이런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마음을 재는 잣대와 남의 마음을 재는 잣대가 너무도 다른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갑질’이니 ‘내로남불’이니 하는 것도 생겨난 것이다. ‘남’은 보지 못하고 ‘나’만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를 버릴 것까지는 없겠지만, ‘나만’을 ‘나와’로 바꿀 필요는 있겠다. ‘혈구지도’도 ‘나만’을 벗어나 ‘나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만’의 ‘만’이란 조사에 내재된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나와’의 ‘와’라는 조사에 내재된 개방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 관계를 바탕으로 나와 남이 서로 존중을 받고, 나와 남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