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재계 5위 롯데의 ‘소통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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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생활경제부 차장
입력 2018-02-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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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생활경제부 차장]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현재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창립 50년 만에 첫 ‘총수 부재’ 사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한스키협회장인 신 회장은 그동안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기다려온 평창동계올림픽의 폐회식마저 차가운 구치소에서 맞았다.

올림픽 개막식부터 줄곧 평창에서 상주해온 신 회장은 선고 다음 날인 생일날에도 평창에서 보낼 계획을 세운 터였다. 하지만 구속 수감되면서 생일과 설 연휴를 홀로 쓸쓸히 보내야 했다.

성화 봉송까지 했던 신 회장은 자신이 이렇게 영어(囹圄)의 몸이 될지 미처 몰랐던 게 확실하다. 지난 13일 재판부의 1심 선고 직후 롯데그룹이 우왕좌왕했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커뮤니케이션팀(이하 홍보팀)은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직후 쇄도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2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공식 입장문을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입장문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참담하다”면서 당혹감을 표출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가 그 어느 때보다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당초 롯데월드타워 기자실 바로 옆에 있던 롯데지주 홍보팀은 공교롭게 신 회장의 선고 직전 17층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이제는 기자들이 홍보팀을 만나려면 사전 ‘면담 신청’을 해야 하고, 이를 수용한 홍보팀이 5층 기자실로 내려오는 식이다.

종전처럼 홍보팀 내 응접실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고 당일에도 다수의 기자들은 텅 빈 홍보팀을 그저 바라보며 17층으로 올라간 홍보팀의 회신을 기다려야 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구속은 그룹 최대 위기임에도 지주 홍보팀에서 언론 대응 매뉴얼이나 공식화된 메시지가 아예 없다”면서 “기자들이 문의가 와도 뭐라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여러모로 접근이 쉽지 않아 ‘소통 불능’ 상태에 가까운 롯데지주 홍보팀의 모습은 신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총괄하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적극 소통’ 방침에도 정면 배치된다.

황 부회장은 지난 14일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면서 각 계열사 대표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협력사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궁금한 점을 설명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홍보를 총괄하는 오성엽 부사장이 과연 이를 명심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한 ‘투명 경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뉴롯데’가 한창 속도를 내던 중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현재 롯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경영’이다. 

황 부회장은 사장 시절부터 기자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친절하게 응대한 인물로 유명하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사장단 중 유일하게 남아 백브리핑에 나선 경우도 많았다. 그룹 2인자의 이처럼 남다른 소통 능력을 롯데지주 홍보팀이 본 받을 때가 아닌가 싶다. 27일 예정된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가 부디 ‘소통 경영’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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