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막현호은(莫見乎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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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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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타인 효과(Weinstein effect)'에 따른 '미투(Me, too)' 불길이 한국에서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 및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를 때 먼 나라 땅,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그게 바로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투’가 연극, 문학, 영화, 학계에서 발화하더니 마침내 종교계까지 들불처럼 번졌다. 시중 여론은 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한다. 좀 더 강경한 측은 지금까지의 ‘미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결국 올 것이 오고 있다고 한다.

즉, 잠복해 있는 피해자들의 분노와 인내가 화산의 용암처럼 땅 밑을 흐르면서 폭발할 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그대로 은폐되지 않으며, 그 파괴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그런 사태가 오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폭발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고, 그 결말은 매우 참담할 것이다.

〈중용(中庸)〉 첫 장에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莫見乎隱 莫顯乎微(막현호은 막현호미)”라는 말이 나온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해서 저지르지만 결국 알려지고, 아무리 잘 숨기고 감춰도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두운 곳에 혼자 있더라도 행실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게 신독(愼獨)이다. 신독을 호(號)로 삼거나, 이를 명심하여 자기 언행을 조심하던 옛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케케묵은 시대착오적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오늘날도 절대 필요한 잠언이다. 혼자 있을 때도 조심하고 삼가는 사람이, 남과 같이 있을 때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행실이 반듯할 수밖에 없다.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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