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주 폭로 등 미투시작,권인숙 성고문 폭로..언론사 간부들에게 촌지 보도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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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효 기자
입력 2018-02-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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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장 등 도고 온천 데려가 향응 제공

홍선주 폭로 등 미투 운동의 시작은 권인숙 씨의 성고문 폭로다.[사진:위(연합뉴스 제공), 아래(홍선주 페이스북 캡처)]

연희단 거리패 단원이었던 홍선주 씨가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흔히 ‘미투’ 운동이라고 하면 홍선주 씨의 폭로 등 우리나라에선 최근에서야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의 뿌리는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매우 길다.

홍선주 씨의 폭로가 있기 32년 전인 지난 1986년 현재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권인숙(54) 씨는 당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당한 참혹한 성고문을 폭로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미투’ 운동을 시작했다.

권인숙 위원장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다. 당시 권인숙 위원장 나이는 22세.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주민등록증을 변조, 위장취업한 혐의로 경기도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권인숙(당시 22세, 서울대 의류학과 4년 제적)이 이 경찰서 문귀동 당시 경장으로부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성고문을 당한 사건이다.

문귀동은 5ㆍ3 인천사태 관련 수배자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1986년 6월 6일 오전 4시 30분쯤부터 2시간 반 동안, 그리고 7일 오후 9시 30분쯤부터 2시간 동안 권인숙에게 성고문을 가하며 진술을 강요했다.

사건발생 약 1개월 만인 7월 3일 권인숙은 문귀동을 강제추행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하고 5일에는 권인숙의 변호인단 9명이 문귀동과 옥봉환 당시 부천경찰서장 등 관련 경찰관 6명을 독직·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문귀동은 사실을 은폐한 채 권인숙을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결국 1989년 3월 문귀동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5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최소한 정치적ㆍ형식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도 피해 여성들이 성추행 등을 당하고 몇 년이 자나서야 국가 권력이 아닌 개인으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시 권인숙 씨가 한 부천서 성고문 폭로는 현재의 홍선주 씨의 폭로 같은 미투 운동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하고 최악의 경우 생명의 위험까지도 당하는 것을 각오해야 할 용기가 필요한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1986년 당시는 최소한의 정치적ㆍ형식적 민주주의마저도 확립되지 않았었고 여성이 성범죄를 당하면 그 책임을 ‘피해 여성이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는 식으로 피해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사회 풍토였다. 또한 권인숙 씨에게 성고문을 가한 당사자는 정권 찬탈과 유지를 위해 국민들을 학살했고 고문 등을 마음대로 자행한 전두환 정권이었다.

현재 모든 언론들은 홍선주 씨의 폭로 같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미투 운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1986년 당시 언론들은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권인숙 씨가 성고문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직후 제도 언론의 사회부장 이상 간부들은 당시 문화공보부 고위 관리의 인솔 아래 간담회 명목으로 도고 온천 등에 놀러가 전두환 정권이 건넨 거액의 촌지를 받았다. 권인숙 씨의 성고문 폭로 내용은 보도하지 말고 검찰의 조작ㆍ은폐된 수사 결과만 집중 보도하고 권인숙 씨의 성고문 폭로를 ‘성을 혁명의 도구화하는 좌경 세력의 책동’으로 몰아가라는 것.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는 22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권인숙 씨의 성고문 폭로가 있은 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언론사 사회부장들을 도고온천에 데려가 향응을 제공하고 돈봉투를 줬다”며 “언론사들에 권인숙 씨의 성고문 폭로에 대해 ‘운동권 학생들은 성을 혁명의 도구화한다’는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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