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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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입력 2018-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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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자상자인하지 자하자인상지)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은 남이 끌어내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은 남이 높여준다.
- 정약용(丁若鏞·1762~1836)

올라갈 때와 잘나갈 때는 잘난 맛에 도취되어 자만과 독선에 빠지기 십상이다. 자만과 독선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하게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 마침내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되고 독불장군(獨不將軍)이 된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거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두 전직 대통령들이 너무도 잘 증명해주고 있다. 한도 없이 스스로를 높이다가 지금은 가까운 사람들의 손에 끌려 끝도 없이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 문단(文壇)의 거목으로 잘나가던 'En'선생도 노래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이라고. 그런 그도 지금은 남의 손에 끌려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올라갈 때 잘나갈 때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하고,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지 못한 탓이 아니겠는가.

내려오다 ‘그 꽃’을 보았다고 했으니, 지금 내려오고 있는 그는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들어야 할 것을 듣고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게 되리라.

'En'선생뿐만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추태를 부린 사람들이 무더기로 내려오고 있다. 모두들 내려오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올라갈 때 잘나갈 때 저지른 잘못에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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