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외투기업 먹튀]두 얼굴의 외투기업, 패러다임 전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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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02-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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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투기업 확대 정부 팔 걷어

  • ‘쌍용차 해고 사태’와 ‘하이디스 기술 먹튀’는 대표적인 외투기업 피해 사례

  • 산업변화에 맞춘 외투기업 유치 등 패러다임 변화·외투관련 기관 체계 재정비 요구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한국 경제성장의 첨병 역할을 해준 외국인투자기업이 국민 혈세를 빨아먹는 '두 얼굴의 기업'으로 변모했다.

‘곶감단지 한국’이라는 오명 속에서 외투기업의 먹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도 수두룩하다.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기술로 변화하는 산업추세에 맞춰 안정적인 자본력과 기술 기반의 외투기업 유치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외환위기 돌파구에서 일자리 구원투수로 떠오른 외투기업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외투기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998년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촉진을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제정해 획기적인 개방과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외투기업은 외국인(외국법인 포함)이 총 주식이나 출자총액의 10% 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의미한다.

이들에게는 첫 3년간 국세(법인세·소득세)와 지방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의 100%,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해 줬다.

또 임대료의 50~100%를 감면받거나 △고용창출 △연구시설 설치 △사업투자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됐다.

이런 혜택을 통해 2016년 말 기준 1만7000여개까지 외투기업이 증가했다. 이들 외투기업은 전체 기업 매출의 12%와 수출의 21%, 고용의 6%를 담당한다.

다만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 잔액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에서 한국은 1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6%에 미치지 못해 정부로서도 외투기업 유치에 갈증을 느끼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3회째 외국인투자주간 행사를 열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방한 투자 203곳 △주한외국인투자기업 134곳 △구인 외국·외투기업 138곳 △국내기업 230곳 △구직자 1500명 △해외언론 22곳 등 전체 참가규모가 2500여명으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월가를 직접 방문, 북핵리스크를 일축하며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안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예고된 먹튀사태··· 산업변화 읽고 사람에게 기술 남기는 외투기업 유치 전략짜야

그러나 외투기업을 통한 경제성장 등 장밋빛 전망이 깨진 대표적인 사례로 ‘쌍용차 해고 사태’와 ‘하이디스 기술 먹튀’가 손꼽힌다. 두 사건 모두 중국 기업의 먹튀 의혹이 짙다.

과거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GM 사태 역시 예고된 먹튀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한 산업경제 전문가는 "산업은행이 GM과 같은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외투기업의 먹튀가 문제이긴 하지만,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은 정부 탓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향후 외투기업 투자유치 단계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내로 향한 외국인 투자는 1980년대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조립 가공용 산업 활성화와 저임금 노동력 상황이 외투기업에 매력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이 바뀌면서 기술고도화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R&D 외투기업 유치가 요구된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R&D기업이라든지 사람한테 남을 수 있는 분야 및 고도화된 기술분야를 유치해야 한다"며 "사람한테 체화돼 그곳에서 배워 지식경제화돼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외환위기 때 들어온 외국 컨설팅 인력이 국내에 남아 일을 하면서 컨설팅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며 "단순 가공이나 조립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선진 기술이 사람에게 남는 분야를 찾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외국인투자위원회, 경제자유구역청 등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를 하는 책임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외국인투자기관의 경우, 공직사회에서는 주요 보직이 아닐뿐더러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춘 외부 인사의 참여가 제한된다는 점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균형발전, 외국인투자기업 유치 등 그동안 정책이 너무 혼재된 듯하다"며 "한국GM 사태를 계기로,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제도적인 면에서 정치권도 국익을 위해 조속하게 법 개정 등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며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는 일자리·소득주도성장에 필요한 조건인 만큼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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