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수설'에 고객 끊긴 GM대리점...운영비 걱정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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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입력 2018-02-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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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에 대한 '중대 결정 시기'를 이달 말로 통보한 가운데 21일 서울 한 한국GM 전시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1일, 기자가 한국GM A 대리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았다. 오늘 첫 내방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간은 점심때가 지난 오후 1시 30분경. 첫 손님을 맞기에는 다소 늦은 시간이다.

A 대리점의 쉐보레 공식딜러이자 전문 상담역은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결정과 함께 철수설이 나돌면서 내방객의 발길이 끊겼다"면서 "풍문이 사실보다 무서운 법인데,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마저 깎이는 것 같아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지점은 서울 5개 대리점 중 하나로 꼽히는 매장인데, 다른 매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일 찾아간 B 대리점도 차가 팔리지 않아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매장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B 대리점의 카 매니저는 "히터랑 조명도 켜고 직원들도 나와 있지만 정작 차를 사러 오는 고객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지난 13일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이후 한국GM 대리점들도 폐쇄 선고를 받은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동시에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조건으로 당장 이달 말까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투명한 경영 실사를 요구하며 고금리 대출과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비정상적 납품가격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GM 측은 적극적인 자세로 경영 실사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사 범위와 시기도 나오지 않았다.

실사 시기가 늦어지면서 한국GM 대리점들은 신차 판매 성수기도 놓칠 지경이다.

A 대리점 상담역은 "1월과 2월은 자녀 등록금 등 큰 지출이 있는 시기라 본격적인 성수기는 3월부터 4월"이라면서 "지금 한창 고객들이 차를 둘러보고 상담을 받을 시기인데 매장을 찾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려던 고객마저 불안감에 사지 않으려고 하고, 전기차 볼트EV의 경우 계약 해지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부언했다.

한국GM은 지난달 21일 볼트EV 사전 계약 개시 3시간 만에 올해 판매 확보 물량인 5000대가 완판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볼트EV의 인기가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 A 대리점 상담역은 "차가 나와야 판매로 이어지는데, 계약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대리점은 당장 차가 팔리지 않으면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다. 차량 인도가 늦어지면서 타사에 계약 물량을 빼앗길 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GM은 서울 내 48개를 비롯해 전국 307개 쉐보레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한편, 엥글 사장은 22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향후 한국GM 사업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일 엥글 사장은 여야 원내대표 등 정당 관계자들과도 대책 회의를 가진 바 있다.

백 장관은 "GM 측에서 구체적인 장기 투자 계획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만나지 않을 의향도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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